광주시가 전남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출연기관 (재)광주복지재단 해고자에게 서류상으로만 복직시켜준 뒤 퇴임식을 성대하게 치러주겠다며 사실상 권고사직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들이되 향후 예정된 복직 명령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광주복지재단 이사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속내를 대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부당해고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광주복지재단은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이 해고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거부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시장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 고용 정책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다.
7일 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말 광주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임기제(3년) 계약직 본부장으로 일하다가 해고됐던 A씨에게 서류상 복직과 함께 성대한 퇴임식을 열어주겠다는 합의안을 내놨다. 앞서 복지재단이 지난 5월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복지관 지하 1층 매점에 대한 관리ㆍ운영 부적정을 이유로 A씨를 해고한 데 대해 전남노동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당시 복지재단 지도ㆍ감독기관인 시는 사용자인 이 시장의 대리인으로 선임된 공인노무사를 통해 이 합의안을 A씨 대리인 노무사에게 제시하며 사전 협의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합의안이 사실상 복직 요구를 거부하고 퇴임을 유도하는 권고사직 성격이 짙다고 보고 구체적 협의를 거절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가 제안한 서류상 복직은 문자 그대로 A씨를 실제 본부장 자리에 다시 앉히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복직시키겠다는 것이어서 A씨의 반발을 샀다. 이는 시가 A씨 복직으로 인해 ‘한 지붕 두 본부장’이라는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는 걸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도 그럴 게 복지재단은 A씨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에도 불구하고 무슨 배짱인지 지난달 22일 A씨를 대신할 신임 본부장을 임명했다. 시가 A씨에게 성대한 퇴임식을 열어주겠다고 한 것도 복지재단에서 나가라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참다 못한 A씨는 복직은 물론 정규직 전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2016년 8월 임명된 A씨는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터여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다. 이 법은 사용자가 만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재단은 지난해 말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만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꿔주면서 A씨를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A씨는 “부당해고 판정 이후 사과 한 마디 없었던 재단 측이 복직은 안 된다면서 되레 부당해고 판정까지 받아냈으니 향후 구제 노력은 그만 두라고까지 종용해 기가 막혔다”며 “뒤끝을 보인 이 시장을 상대로 끝까지 복직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이처럼 강경 자세로 나오자 전임 시장 측 인사로 알려진 A씨를 찍어내기 하려던 광주시감사위원회와 이 시장의 스텝은 크게 꼬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장 소속인 감사위원회가 지난 5월 감사 결과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임차인이 매점을 불법 전대(轉貸)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묵인한 A씨에 대한 해고를 관철시켰다가 결국 이 시장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게 되면서 꼴만 우습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였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퇴임식 개최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놓고 A씨 측 노무사와 협의하려고 했으나 해당 노무사가 협의를 거부해 현재로선 진전이 없지만 17일 이전까지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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