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미국 시민사회 목소리로 맞서야”
일본의 무역 제재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일본이 미국에 대한 로비를 본격적으로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ㆍ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시킨 것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재미 동포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로 맞서야 한다는 해법이 제기됐다.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이제 워싱턴에서 아주 극성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일본은 2001년 미국 내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치계에 로비를 시작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가 여성 인권 문제로 언급되면서 로비는 더 적극적이 됐다. 처음에는 미국 시민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일본 평화재단으로 시작해 미국 연방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사죄(HR121) 결의안을 통과시킨 2007년을 전후해서는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로비 전문 로펌을 고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베가 2013년 미국에서 일본에 관한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연 5억 달러를 쓰겠다고 했다”며 “돈 냄새를 맡은 로비 회사들이 더 극성스럽게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내로라 하는 로펌들이 일본의 경제 조치에 정당성을 실어주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겠지만 김 대표는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로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낼 때 미국 상ㆍ하원 의원들을 유권자로 만나고 설득해 로펌을 동원한 일본의 주장을 무력화시켰던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빌리면 경쟁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일제 강점기 임금도 주지 않고 강제로 노동을 시켰던 행위는 심각한 인권 침해이므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노동을 강제했던 일본 기업들의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베는 앞으로도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이 싸우는 걸로 문제를 몰고 갈 것”이라며 “미주 동포들이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로 평화나 인권을 얘기하면서 아베 정권이 전쟁 범죄권력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4주년 희생자 위령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국제조약을 깼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는 국제 여론전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작년 말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낸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깬 것이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수출 규제를 했다는 주장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알리겠다는 뜻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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