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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여성 존엄 훼손”…판매 금지 청원 26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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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여성 존엄 훼손”…판매 금지 청원 26만 돌파

입력
2019.08.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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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희 사이버성폭력센터 부대표 “여성 신체 재현한 성인용품은 여성혐오” 

대법원이 지난 6월 리얼돌 수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리얼돌 수입 허용이 여성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지난 6월 리얼돌 수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리얼돌 수입 허용이 여성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마감일이 되면서 다시금 리얼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청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시각이 여성혐오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든 사람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자유가 지켜지길 바랄 것”이라면서도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한 것은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서 부대표는 원하는 얼굴을 본떠 만든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리얼돌’ 뿐만 아니라 리얼돌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여성들은 이번 청원을 통해 내 얼굴을 가진 인형이 자위기구로 사용되는 게 합법이라는 점이 너무나 불쾌하고 폭력적이란 걸 말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조치가 내 삶에 어떤 침해와 폭력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리얼돌의 존재 자체, 혹은 합법적인 유통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얼돌로 성적 욕구를 해소해 오히려 성범죄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성매매를 합법화한 지역에서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전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여성을 거래 대상으로 보고, 비인격화시키고 폭력과 혐오에 둔감해지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을 때에 오히려 성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7일 마감을 앞두고 26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7일 마감을 앞두고 26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앞서 세관 당국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고 여성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물품이라며 통관을 불허해왔다. 2017년 한 리얼돌 수입업자는 수입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6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했다.

리얼돌 수입이 합법화하면서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냐”며 수입 금지를 청원했다. 이 청원은 청원 마감 당일인 이날 동의자 26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의 자유 침해다”, “커스터마이징만 규제하면 되지 않냐”, “여성들이 리얼돌에 질투하는 거다” 등의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 부대표는 이 같은 반대 의견에 여성혐오가 내포돼 있다고 봤다. 그는 “리얼돌처럼 여성의 신체를 재현해 사용하는 성인용품이 여성혐오적 방식”이라며 “여성이 오직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 도구로만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이 리얼돌을 향한 질투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런) 해석 방식엔 여성혐오적 맥락이 녹아 있다”고 덧붙였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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