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공동 연구개발(R&D)를 추진하면서 담합 혐의 적용을 배제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용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일환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동 R&D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인가제도 적용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부품ㆍ소재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 협력모델 중 하나로 공동 R&D를 꼽으면서 자금, 세제, 규제 완화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공동으로 상품ㆍ용역 거래조건을 미리 정하는 등 공동행위를 통해 경쟁을 제한할 경우 담합으로 보고 금지한다. 공정위는 다만 △산업합리화 △연구ㆍ기술개발 △불황 극복 △산업 구조조정 △거래조건 합리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의 요건에 해당하면 담합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공동행위 인가 신청을 하면 공정위는 시행령에 규정된 요건에 따라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구체적으로 △공동 R&D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연구나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투자금액이 커서 한 사업자가 조달하기 어렵고 △성과가 불확실해 위험분산을 필요로 하고 △공정위가 경쟁제한 효과보다 공동 R&D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공동 R&D는 공공 이익에 부합해 가격이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다른 분야의 담합과는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전에도 공동 R&D에 대한 공동행위 인가 신청은 모두 받아들여졌다.
공정위는 앞서 일본 수출규제로 부품 조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해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예외가 적용되는데, 현 상황은 긴급성 요건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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