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서 개인으로의 문화적인 변화는 우리 사회의 선진화에 따른 개인의 추구가 표면화된 결과이다. 개인의 추구란, 곧 행복에 대한 갈망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화는 탈종교화와 더불어 명상문화를 환기하게 된다. 실제로 오늘날 서울에서 어떤 종교보다도 가장 빠르게 팽창하며, 수적 우위를 보이는 것이 명상센터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동아시아는 집단주의 문화를 배경으로 했다. 때문에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집단을 나타내는 ‘우리’다. 이는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대가족 제도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나라는 ‘테두리를 두른 거대한 집’인 ‘국가(國家)’이며, 우주 역시 ‘집 우(宇)’와 ‘집 주(宙)’로 불리는 ‘가장 큰 집’일 뿐이다.

세계와 나라가 거대한 집이라는 의미는 국민 전체가 한 식구가 되도록 한다. 그래서 길에 다니는 어른들은 3촌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되고, 식당과 미용실에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다 이모가 된다. 물론 이모가 서빙을 해준다고 해서 할인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만일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차 등의 표현을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듣는다면 어떨까? 한국을 공유경제의 이상 국가쯤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현실은 우리은행과 거래한다고 해서 금리가 우대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모두가 식구다 보니, 한국문화의 특징에는 ‘정(情)’이라는 코드가 흐르게 마련이다. 초코파이조차 정인 상황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2000년대를 넘어서면, 전통적인 ‘우리’와 ‘정’의 문화지배력은 급속히 붕괴된다. 개인적인 스펙과 자소서(자기소개서)가 강조되면서, 겸손이 미덕이었던 집단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제는 너도나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열중하며, 거친 관종의 야수성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신문이나 TV는 시큰둥해지며 영향력을 잃어가고, SNS를 통한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펼쳐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이 끊임없이 진화하며, 유튜브 등의 개인방송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꿈들이 영글고 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인간의 행복에 집중하는 개인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문화적인 변화는 우리 사회의 선진화에 따른 개인의 추구가 표면화된 결과이다. 개인의 추구란, 곧 행복에 대한 갈망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화는 탈종교화와 더불어 명상문화를 환기하게 된다. 실제로 오늘날 서울에서 어떤 종교보다도 가장 빠르게 팽창하며, 수적 우위를 보이는 것이 명상센터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교는 유신론적 종교와는 다른 명상에서 시작된 가르침이다. 때문에 서구에서 불교는 기존의 종교전통과 충돌하지 않는 명상문화의 흐름 속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명상의 핵심은 자유와 진리이며, 행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붓다의 출가 역시 이 같은 가치 추구 속에서 이루어진다. 붓다는 요샛말로 하면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나온 태자 출신이다. 그러나 왕궁의 호화스러운 생활은 황금으로 된 새장과 같은 화려한 구속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구름에 가리어지지 않는 태양의 완전한 행복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는 깨달음을 얻은 후 고국으로 돌아와 모든 이들을 행복으로 인도했다.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평안한 자유와 안온한 행복, 그것이 붓다가 추구하고 이룩한 진리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SNS의 행복은 대중의 관심에 의한 만족과 통하곤 한다. 즉 비교에 따른 상대적 우위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무한 경쟁의 악순환만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

진정한 행복이란, 비교에 따른 가치가 아닌 평온한 ‘존재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행복이란, 결국은 무너지는 거품 같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노자’ 제25장에는 “독립이불개(獨立而不改) 주행이불태(周行而不殆)”라는 말이 있다. “홀로 존재함에도 바뀌지 않고, 모든 것에 두루 행하면서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대장부의 행복이 아닌가 한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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