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론 내세운 與도 입장 선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시행 방안을 다음주 초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 발표하기로 했다.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당분간 분양가상한제 확대 추진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최근 ‘속도 조절론’을 펴왔던 여당도 김현미 장관의 강력한 분양가상한제 시행 의지에, 일단 당정 협의에서 국토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토부는 6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한 정부 세부안을 확정했으며 다음주 초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최운열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최대 현안인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분양가상한제 관련 협의가 지연될 것”이라는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자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식 자료를 내며 쐐기를 박은 셈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기준금액 이하로 묶는 제도다. 앞서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초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공론화한 이후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달부터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자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냈다.

국토부는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주 초 최종 당정협의를 거친 뒤 분양가상한제 시행안을 발표하기로 확정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를 위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찾아 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일단 당정 협의에서 국토부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위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정부 내에서 협의를 끝내 당정 협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대책을 마련했을 테니 들어볼 것”이라며 “당정 협의를 통해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더라도 어떤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지는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다른 의원은 “여기서 집값이 더 올라가면 지금까지의 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지역구 표심이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늦게 꺼낼수록 정치적으로 부담이 돼 여권의 만류에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국토부가 마련한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개정안에는 상한제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 등의 적용 기준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하는 등의 시세차익 환수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고가 논란이 일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기본형 건축비를 낮추는 제도개선안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앞서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을 통해 기술 발전, 신공법 개발 등으로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 분양가상한제 기본형 건축비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가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 형성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다음주 초에 시행 시기를 비롯해 적용지역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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