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노 재팬(NO Japan)’ 배너 설치를 강행했다 시민의 반발을 산 가운데, 서울 구로구도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정책으로 입길에 올랐다. 민간이 주도하는 일본 불매운동에 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구로구는 6일 오전 구로역 북부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구민과 함께하는 일본 경제침략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구와 구의회 등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일본 아베 정부는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대회는 이성 구로구청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청장은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그동안 불매운동을 민간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관이 힘을 모아 대응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로구는 또 5일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시까지 특별대책본부도 운영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피해 기업 접수 창구 운영, 피해 기업 지방세 납부 기한 연장,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구가 일본 불매운동 독려 이벤트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구로구 입장도 난처해졌다. 중구는 명동, 을지로,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 일본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깃발 1,000여개를 내걸겠다고 밝혔다가, 일부 시민의 비판을 받았다. 관이 직접 나서 반일 운동을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비판 여론에 중구는 먼저 설치한 깃발 50여개를 내리고 관련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구로구도 같은 맥락의 지적을 받았다. 이날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로구도 (중구에) 지지 않는다”며 이날 진행된 결의대회를 비꼬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자발적 불매운동이니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흐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러다 불매운동이 얼마 못 갈까 걱정된다”는 등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구로구의 정책은) 중구의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반일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을 지원하고, 주민들을 돕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구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구로디지털단지가 포함된 구로구는 중소기업이 많아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의 피해 접수와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대책본부를 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달라는 제안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본부는 대부분의 사업을 변경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본부의 사업이) 시민들의 오해를 살까 여론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면서도 “피해 기업 구제를 위한 지원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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