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재야 사학자 정재상씨
청와대와 경남도ㆍ하동군에 서한
중국 만주 등에선 남북 공동으로
경남 하동의 재야 사학자가 3ㆍ1절과 광복절 국가 기념행사를 내년부터 격년제로 지방과 해외에서도 개최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25년간 사재를 쏟아 음지에 묻혀 있던 독립운동가 1,000여명을 찾아내 그 중 250여명을 유공자로 인정받게 한 정재상(54)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문을 통해 “지금까지 3ㆍ1절, 광복절 기념행사는 중앙정부 서울에서만 개최됐다”며 “새로운 100년의 첫 3ㆍ1절 기념행사와 광복절 경축식은 남쪽 영호남에서 시작해 북쪽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까지 순차적으로 추진, 온 겨레의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님께 올리는 서한문’이란 제목의 글에는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추진방법 및 계획, 기대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내년 101주년 3ㆍ1절 행사는 지방에서 유일한 하동 ‘대한독립선언서’(국가지정기록물 제12호)를 만들어 3ㆍ1독립운동을 영호남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경남(창원ㆍ진주시 또는 하동군)에서, 광복절 경축식은 호남(광주시)에서 대통령이 주관하는 전국 최초의 지방행사로 추진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경남지사와 하동군수가 직접 나서 영호남 광역ㆍ기초단체장들의 힘을 모아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을 열어 줄 것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 소장은 같은 내용의 서한문을 김경수 경남지사와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에게도 보냈다.
격년제 추진에 대해 그는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게 중앙과 지방에서 격년제로 기념행사를 추진하는 한편 향후 수년 내 안중근, 홍범도 장군 등 수많은 독립지사가 활약하다 순국한 중국(러시아 포함)에서도 남북 정상이 참석한 기념행사를 열고, 이들이 묻혀 있는 묘역을 두 정상이 참배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하나임을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 같은 기념행사가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속에 추진된다면 지리산에서 백두산을 넘고 북간도와 연해주, 시베리아를 뛰어넘어 세계 대륙으로 국운이 뻗쳐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97년 고향 하동에 개인 연구소인 경남독립운동연구소를 설립, 독립운동가의 삶과 마주하게 된 그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영호남 항일의병들의 활약상을 밝혀 내는 등 25년간 250명의 무명 독립운동가들을 찾아내 정부 서훈을 안겼다. 그가 최근 발굴한 무명의 영호남 독립운동가 25명이 또 이번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정부 서훈을 받는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며 “국가와 우리사회가 이분들에 대한 관심과 합당한 예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 소장은 그 동안 수집한 여러 자료들을 기록으로 전하기 위해 ‘영호남 항일투쟁사’를 집필 중이다.
정 소장은 독립운동가 발굴 및 선양 등의 유공으로 국가보훈처 보훈문화상(2007년)을 비롯해 하동군민상(2011년), 경남도문화상(2017년),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국가대표 33인상(2019년)에 이어 지난 6월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하동=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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