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부위원장 “시장 불안 때 기관투자자 역할 충실해 달라”
연일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엔 주가 방어를 위한 적극적 역할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6일 오전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증권사ㆍ자산운용사 임원 등이 참석했다.
손 부위원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수의 대외적 악재가 겹쳐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측면이 크다”며 “시장 참여자 모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최근 들어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의존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없었고,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낮아 저평가돼 있는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어 과도한 반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주가의 추가 폭락을 막고 시장 회복력을 되살리기 위해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중 공매도 제한의 경우 시장 참여자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인 조치다. 금융위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에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자 8개월간 공매도 전면 제한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는 당시 기업들의 일일 자사주 매입 한도도 총 발행주식의 1%에서 10%로 규정을 완화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을 일으키는 호재로 분류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은 상승ㆍ하락 양방향에 걸쳐 30%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축소하면 하락장에서 하한가 낙폭이 줄어든다.
금융위는 또 투자자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투자업계가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시장에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부위원장은 증권사들에 “불안심리로 시장이 급변할 땐 우리 증시의 주요 기관투자자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줘야 한다”며 “특히 매수여력이 가장 큰 연기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필요에 따라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해 증시를 떠받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1% 떨어진 1,917.50에, 코스닥은 3.21%하락한 551.50에 장을 마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