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봉 울산대 교수, 황화수소 위험성 지적
부산 광안리 여고생 사고 9일째 의식불명
부산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쓰러진 고등학생이 9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고등학생이 쓰러져 의식을 잃은 원인은 화장실로 유입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 중독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중화장실 악취가 심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라면 우선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황화수소에 대해 “고농도로 맡으면 굉장히 위험해진다”며 “0.1ppm 정도로 낮은 농도에서도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20~30ppm 정도 되면 사람들이 쓰러질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A양이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건 지난달 29일 새벽 3시 40분쯤이다. 당시 함께 있던 친구도 쓰러진 A양을 구하려다 잠시 기절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과 관할 구청이 사고 현장을 확인했을 때 측정한 화장실 황화수소 농도는 1,000ppm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황화수소의 단시간 허용 농도 기준치는 15ppm인데, 1,000ppm은 기준치의 60배가 넘는 수치다. 쓰러진 A양은 9일째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뇌 손상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 교수는 “(1,000ppm은)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농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쓰러지게 돼 있다”며 “빨리 꺼내서 응급 처치를 해야 하는데, 화장실이니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 설명에 따르면 황화수소는 오수탱크 안에서 마늘이나 양파 등 황이 들어 있는 화합물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부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오수를 퍼 올리는 펌프질 작업 등 자극이 생기면 황화수소 등 가스가 떠오르게 된다. 양 교수는 “가스가 역류하지 않도록 트랩 설치가 안 돼 있으면 화장실에서 그런 냄새들이 배수구를 통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래도 그렇게 높은 농도(1,000ppm)로 된다는 게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혹시 화장실에서 달걀이 썩는 냄새, 또는 이와 비슷한 매캐한 냄새를 맡아 어지러움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게 양 교수 조언이다. 양 교수는 “들어가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가 된다면 그건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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