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조시설에서 정식으로 포장된 김치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 아니라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이정민)는 동원F&B가 서초세무서 등을 상대로 “부가세 경정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동원F&B는 자신들이 포장ㆍ판매한 김치가 부가세 면제대상에 해당한다면서 2017년 세무서 18곳을 상대로 이미 납부한 부가세를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세무서들이 “포장김치는 부가세 면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거부하거나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포장김치의 부가세 과세가 논란이 된 이유는 부가세법 및 시행령과 그 하위 법령의 조항이 다소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법상 미가공 식료품, 수돗물, 연탄, 여성 생리용품, 도서ㆍ신문ㆍ잡지, 우표ㆍ인지, 토지 등의 재화와 용역은 부가세 면제 대상이다.

이 법 시행령에는 ‘김치ㆍ두부 등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단순가공 식료품’을 면세 대상으로 규정하는 반면,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에서는 “제조시설을 갖추고 판매 목적으로 독립된 거래 단위로 포장해 공급하는 것을 제외한다”고 미가공 식료품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 F&B는 “상위법령에서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면세대상의 범위를 제한한 시행규칙 규정은 무효이며 이에 근거한 처분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순가공 식료품 중 어느 것을 면세대상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과세기관의 광범위한 입법 재량이 인정된다”면서 면세대상을 제한한 시행규칙 및 이에 근거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규정에 ‘김치ㆍ두부’라고 명시한 것은 단순가공 식료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그 범위를 정하자는 것이지 김치ㆍ두부를 아무 제한 없이 단순가공 식료품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가세법은 단순가공 식료품 중 일정한 포장을 거친 경우를 면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태도를 오랜 기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면서 “제조시설을 갖추고 판매목적으로 독립된 거래단위로 포장해 공급하는 경우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1차 가공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반찬 가게에서처럼 아무 상표나 표시가 없는 투명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김치는 부가세 면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김치 공장에서 판매자ㆍ상표 등이 표시된 정식 포장의 형태로 가공되어 판매되는 김치는 부가세 납부 대상인 셈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