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언론 고발하긴 이번이 처음
“신고자 보호에 대한 경각심 일깨우는 계기 되길”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의 전 멤버 BI(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과 경찰의 봐주기 의혹을 공익신고 한 제보자의 실명과 자택을 공개한 기자와 해당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언론사를 고발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권익위에는 비아이 마약 의혹과 함께 양현석 YG 전 대표가 개입해 경찰의 마약 수사를 무마했다는 비실명 대리신고가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접수됐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한 매체가 공익신고자 A씨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후 A씨가 가수연습생 한서희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한씨는 SNS를 통해 "제보자가 저란 이유만으로 초점이 쏠린 게 걱정된다. 저란 사람과 이 사건을 별개로 봐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한씨의 실명이 공개되자 한 방송사는 그간 나온 보도의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한씨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고, 이 장면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권익위는 5일 전원회의를 열어 한씨의 실명을 최초 보도한 기자, 한씨 집을 찾아간 방송사 기자와 이들 소속 언론사를 모두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공익신고자 동의 없이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임을 알 수 있는 사실을 알려주거나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익신고자 보호법(12조1항)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법에 걸려 처벌이 이뤄진 건수는 총 3건인데 모두 일반인이었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언론사를 검찰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는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혐의와 기획사 등의 은폐 의혹에 대한 보도는 사회적 관심사항이 매우 큰 사안으로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며 공익에 부합한다 해도 신고자의 신분을 공개·보도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봤다"며 "신고자가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비실명 대리신고 한 사실에 비춰볼 때 신고자의 신분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게 보도지침이나 취재윤리에 부합한다고 봤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실명 공개 기사를 인용하거나 후속 보도한 기사들도 모두 신고자 비밀보장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한국기자협회 등에 주의 촉구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성심 권익위 국장은 "이번 결정이 신고자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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