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입법 보완 이유 52시간 무력화”… 유연근로 남용 막는 방안 필요 
지난 2일 열린 국회 본회의. 노사 최대 쟁점인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은 이날 통과되지 않았다. 오대근 기자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인 유연근로제(노사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한 현실적 조치라는 주장과 정착단계에 막 접어든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허무는 시도라는 반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유연근로제도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등 5가지가 있다.

국회에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해에만 7개가 발의됐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회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27건) 중 25%(7건)가 주 52시간 관련 내용들이다. 재량근로제(실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노사 서면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정하는 제도) 대상업무를 법령이 아닌 노사자율로 정하는 법안(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 선택근로제(근로자가 출퇴근시간 등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제도)의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법안(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등 대다수(6건) 법안을 보수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경영계와 보수야당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IT(정보기술)산업이나 연구업무 등 현장 상황에 따라 근로형태가 다 다른데 동일한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주 52시간제 완화 법안. 그래픽=박구원 기자

반면 노동계는 이런 법안들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꼼수라고 반발한다. 특히 야당은 물론 최근 여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중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도입 시기를 1, 2년 늦추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같은 당 최운열 의원도 고소득 전문직종을 주 52시간제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제도는, 2020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노동계는 꼬리(보완입법)가 몸통(주 52시간제)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관련 법안들은) 시대착오적인 내용으로,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도 임금 저하 없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게 정부와 국회 등이 지원할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연근로제 확대 여부에 대한 논쟁보다는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유연근로제 확대에는 회사와 근로자 대표 간 합의가 필요한데, 노조 조직률이 10%대인 상황에서, 실제로 근로자 권익을 대표할 수 있는 근로자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때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 휴게시간 등을 명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노동법 전공 교수는 “유연근로제의 성패는 도입 때 노사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와 운영과정이 민주적인지에 달렸다”며 “사측 눈치를 보며 도입하게 되면 제도 취지와 달리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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