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상반기 전세계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넘어서며 급속하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OLED TV는 국내업체가 전세계에 핵심 부품인 화면(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도 비교적 덜 받는 편이어서 덩달아 국내업체들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OLED TV는 첫 판매된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652만대를 기록했다. HIS에 따르면 OLED TV 판매량은 올해 1분기 61만1,000대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66만6,000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해 상반기에만 127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IHS는 올 하반기 OLED TV 판매량이 상반기보다 많은 197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올해 전체 판매량을 324만대로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OLED TV 판매량은 누적 800만대를 넘어서며 올해 연말에는 849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OLED TV의 약진은 무역 악재를 겪고 있는 우리 산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핵심 부품인 OLED 패널을 LG전자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의 스카이워스, 창훙 등 전세계 TV 제조업체들에게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50만대를 판매하며 전세계 OLED TV 판매량의 60%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OLED TV가 300만원대 이상인 대화면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하면서 급격하게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실시한 TV 평가에서 평점 87~90점을 받은 상위 16개 제품은 모두 OLED TV였다. 이 가운데 9개는 LG전자, 7개는 소니 제품이다.
OLED TV는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도 비교적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3가지 소재 중 불화수소는 협력업체들을 통해 일본산 대신 대만, 중국산을 들여오기 위해 논의 중이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원래부터 OLED TV 제조에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영향을 파악 중이나 생산에 차질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OLED TV 시장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보다 우리 정부의 대 일본 수출 규제를 더 심각한 변수로 보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TV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지 못하면 대체재가 없어 OLED TV를 만들 수 없다. 반면 LG디스플레이도 일본에 수출하지 못할 경우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우리가 연간 생산하는 OLED 패널의 20~30%를 소니와 파나소닉이 가져간다”며 “정부에서 OLED 패널을 수출 규제를 해야하는 전략 물자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OLED 패널과 OLED TV 생산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달부터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OLED 패널을 양산하면 올해 380만대의 패널을 전세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해 확보한 패널 등을 합쳐 올해 IHS 추산보다 많은 360만대의 OLED TV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올해도 60%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