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부터 대한제국기까지 역사가, 시인으로 활동했던 매천(梅泉) 황현(1855~1910)의 벼루, 안경 등 유물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황현이 사용하던 ‘매천 황현 문방구류’ 19점과 ‘매천 황현 생활유물’ 35점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5일 밝혔다. 황현은 경술국치 직후 분한 마음을 담은 절명시(絶命詩) 4편을 남기고 순절한 우국지사다.
황현이 사용하던 문방구류에는 벼루와 벼루집, 필통, 도장 등이 포함돼 있다. 황현은 20대의 나이에 1만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질 만큼 글과 가까웠다. 일부 벼루에는 직접 지은 문장을 새겨 넣을 만큼 글쓰는 데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벼루명 중 하나에는 ‘바탕이 올곧으며 아름다운 게/ 덕을 지닌 군자의 빛과 같으니/ 오래도록 진실로 좋아하리라(貞固含章 君子之光 其壽允臧)’라고 써있어 스스로의 삶에 대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들 유물은 역사가이자 시인이었던 그의 학자적 면모를 보여줘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게 문화재청의 평가다.
생활유물 중에는 안경과 향로, 합죽선, 얼레빗 등이 있다. 문화재가 되는 안경집 5점 중 일부에는 영문으로 ‘한국 서울 세브란스병원’(severance hospital seoul korea), 한글로 ‘제중원’이라고 쓰여 있다. 병원이 1904년 9월 설립된 점으로 볼 때 안경은 1900년대 초 제작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우국지사 선비인 황현의 생활상을 파악하고 복원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동시대 선비들의 물질 문화 생활상을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유물들은 30일간의 예고 기간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최종 등록될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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