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인천지방법원엔 현역 프로축구선수가 자신이 소속된 구단을 상대로 ‘계약서상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소장이 접수됐다. 인천에서만 10년 가까이 뛰며 232경기를 소화한 이윤표(34)씨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함께 구단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사전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조정이 있었지만, 그 결과 역시 구단 편에 선 판단이었단 게 이씨가 밝힌 법원행의 이유다.
최근 본보 사옥에서 만난 이씨는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지더라도 구단이 선수와의 연봉계약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구단과 계약은 올해 말까지였지만, 구단은 올해 초 연봉협상 과정에서 계약된 액수에 비해 터무니없는 급여를 제시하면서 이적 또는 탈퇴를 언급했다고 한다. 구단이 제시한 선택지는 △계약연봉의 70%를 깎고 팀에 남거나△위약금 15%를 받고 팀을 나가거나 △다른 팀을 알아보고 이적하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7년 3년간 계약을 연장 할 때와 비교해 크게 불리해진 조건이다. ‘계약조건 후려치기’에 분노한 이윤표는 프로연맹에 조정신청을 했으나 조정안은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상급기관인 대한축구협회 재심에선 계약연봉의 50%를 지급하고 5경기 출전 시 2,000만원의 출전수당을 지급하란 조정안이 나왔다. 이씨는 “협회 조정안이 최선은 아니었지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단이 협회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보고 나선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구단이 협회에 전한 계약조건 하향 근거가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왜곡됐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협회로부터 공유 받은 구단의 진술서엔 지난해 11월 받은 무릎수술이 구단의 허가 없이 이뤄졌단 내용이 명시됐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또 “구단 코칭스태프와 충분한 상의를 거친 뒤 받은 수술”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 녹취도 제시하면서 억울해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에 항명했다거나, 선수단 내 불화의 원인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걸 보고 구단에 크게 실망했고, 이런 방식으로 인격을 짓밟혔다는 데 분노했다”고 했다.
구단도 현재로선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인천 관계자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올해 들어 선수 측에 전년도 연봉의 60%까지 지급하는 걸 제안하기도 했으나 선수는 조정 및 소송을 택했다”며 “선수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 상태“라고 했다. 다만 구단 관계자는 “(조정신청 이전인)지난 5월까지 이씨에게 지난해 연봉에 맞춰 월급을 지급했다”며 “선수도 현재는 구단 소속으로 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씨는 “구단 사정도 좋지 않은데 소송까지 가게 돼 나 또한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구단이 계약조건을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 더 이상 ‘당연한 듯’ 벌어지진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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