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2조원 가량 순매수했다. 일본의 도발로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 압박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거란 투자자들의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위협이 본격화한 7월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3,372억원, SK하이닉스를 6,601억원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올해 외국인의 삼성전자(4조8,645억원)와 SK하이닉스(1조4,741억원) 순매수 규모는 총 6조3,386억원으로 늘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두 기업 주가도 선방하고 있다. 7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2일 현재까지 4.36%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9.50% 올랐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2.10% 하락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16.1%, SK하이닉스는 25.7% 상승했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자의 두 기업 주식 사랑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황기 생산량을 늘렸던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아 가격이 계속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로 기존 재고가 조금씩 줄면서 조만간 가격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규제로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단기 차질이 발생하면 오히려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의 비중을 고려하면 일본도 규제 국면을 오래 끌고 가지 못할 거란 예상도 한 몫 한다. ‘일본 소재→한국 제품→글로벌 IT 기업’의 생태계로 유지되던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엉켜버릴 수 있는데, 이를 일본이 장기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의 80%를 책임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차질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완성품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예상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반도체주를 사들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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