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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일 종족주의’의 도발정치

입력
2019.08.04 18:00
수정
2019.08.04 18:5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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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정치사회분야 7월 마지막 주ㆍ월간 1위, ‘예스24’ 역사분야 7월 다섯째 주 3위 및 8월 1~4일 2위, ‘북채널’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 1위, ‘인터파크도서’ 7월 마지막 주ㆍ월간 2위…. 일본의 전격적인 경제도발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선, 제목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이고 출간 시점도 심상치 않은, 그래서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뚜렷이 확인되는,‘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거두고 있는 화려한 성적표다.

□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필자들은 우리 사회의 반일 정서를 종족주의(tribalism)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비과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민족주의는 근대 성립 과정에서 생겨난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의 정치적 공동체 의식…한국인은 스스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근대화하는 그런 정신사회의 큰 변혁을 이룬 적이 없다…한국의 민족은 그 자체가 신분ㆍ권위ㆍ단체적 폭력성을 갖고 있다”(이 명예교수의 인터뷰). 지금의 반일운동을 보건대 한민족은 아직 근대화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종족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 필자들은 일제 식민지배 기간에 강제동원과 식량 수탈, 위안부 성노예화 등 반인권적ㆍ반인륜적 만행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돈을 좇아 조선보다 앞선 일본에 대한 ‘로망’을 자발적으로 실행했을 뿐이란다. ‘을사오적’을 위해 변명(제17장)하고, 친일청산 주장은 사기극(제18장)이고 독도는 반일 종족주의의 최고 상징(제13장)이라고 힐난한다. 인터뷰마다 지난해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소리 높여 비난한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까지 모두 정리(제10장)됐는데도 사달을 냈다는 것이다.

□ 이들이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를 정점으로 한 ‘식민지 근대화론’의 진지다. 일본 식민지배의 한국 근대화ㆍ산업화 기여를 실증했다는 1937~1950년 한국 농촌사회 변동 연구는 ‘도요타재단’의 지원 아래 진행됐다. ‘안병직 사단’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왜곡으로 점철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의 핵심 필진이었다. 일본 우익이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을 없애려 혈안이던 때와 닿아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 직후 ‘반일 종족주의’가 출간돼 극우보수의 선명한 정치적 깃발이 됐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란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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