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저리 융자 등 각종 금융 지원과 일본 제품 불매, 지방정부간 교류 중단까지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고 나섰다.
당장, 서울시 자치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송파구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관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송파구에선 피해 기업을 특별신용보증대출 대상으로 추천, 담보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완화된 대출 심사 기준을 적용해 저리(2.4~2.9%대) 대출을 받게 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특별출연으로 업체당 대출 가능 금액도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담보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엔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최고 2억원까지 빌려준다.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한 서울 금천구의 경우엔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한 7,600여개 업체의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앞서 피해 업체에 100억원 규모의 융자 지원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후속 지원 대책도 강구하기 위해서다.
서울 구로구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구에서 발주한 용역·물품 등이 일본과의 연관성 유무를 살펴보는 한편 하반기 일본 도시와의 교류도 중단키로 했다. 아울러 민·관이 함께하는 불매 운동도 고려하고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일본이 일방적인 배제 조치를 취한 이상 우리도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각 부서별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에선 인천중소기업청 등 무역 관련 14개 기관과 ‘수출 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5일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기업 피해가 확산되면 해당 기업과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 및 필요한 지원 사항 등도 파악해 공동 대처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인천세관, 인천테크노파크 등 5곳과 함께 피해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자금 지원 등을 병행키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 소재 등의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금융 지원 등의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TF에서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애로 접수센터’를 개설한 대구상공회의소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 극복에 필요한 세제와 노동 환경 등의 과제 파악과 더불어 해당 내용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한일 지방정부 간 관계 또한 냉각기로 치닫고 있다. 강원 횡성군은 일본 지방정부와의 교류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지난달 25일 도내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일본 제품 불매를 선언한 원주시는 시 발주 구매 품목 중 일본산 제품을 제외한다. 시 발주 공사 계약에서도 설계 단계부터 일본산 자재들이 배제되도록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모든 공무원의 일본 출장과 연수, 교육 등도 무기한 중단한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공공부문 일본산 제품 구매 중단과 관련 조례와 규정 제정을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사교육 강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길 없는 일본 정부의 역사의식에 매우 큰 실망감을 느꼈다”며 “교육 현장 곳곳의 친일잔재 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수업자료 개발에 착수해 9월 개학과 동시에 모든 학교에서 현장 계기수업(교육과정 외 사회 이슈를 가르치는 수업)을 추진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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