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대응한 제도 개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양한 관련 이슈들이 있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돌봄 문제와 이에 대응한 장기요양 대책은 핵심적인 내용들로, 최근 정부가 선도사업 지역 지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즉 커뮤니티케어 사업과도 연결되어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차세대장기요양 및 재가 돌봄서비스’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서비스의 4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공기반 구축 단계에서 장기요양 등 재가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케어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도 도입 당시 약 21만명 수준이던 수급자 수는 11년이 경과한 지금 70만명을 넘어섰으며, 종사자 수도 11만명에서 48만명으로 늘어났다.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장기요양기관도 약 2만2,000개소가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급격한 양적 성장은 장기요양기관 난립과 요양보호사 처우문제 등 한계점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지만, 노인돌봄과 커뮤니티케어 등 고령화에 따른 대응책들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시설 및 인력 인프라로서 든든한 기초가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장기요양보험이 노인돌봄에 직면한 이용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가치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장기요양기관이 수행한 역할들을 돌이켜보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상당 부분 달성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소득과 자격에 따라 선별적 관점에서 제공되던 장기요양서비스가 사회보험방식에 따라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 관점에서 제공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제공자 중심의 피동적인 돌봄의 관계는 제한적이나마 이용자인 노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자기선택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가족관계의 차원에서도 가족 구성원과 세대 간의 통합을 지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나 중풍 등 질환으로 장기요양 상태에 빠지게 되면,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사회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돌봄의 부담이 배우자는 물론, 자녀와 손자녀들에게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다 확장해 보자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지역사회에서의 노인의 지속적인 거주를 지원하는 공적 지원체계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생을 마칠 때까지 익숙한 장소와 공동체에 남아서 생활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고령화 선험국에서도 AIP(Aging in Place)를 돌봄 및 장기요양 정책 개발과 실천 원리로 주목하고 있다. 과거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정든 마을을 떠나 낯선 지역의 시설로 입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가능하다면 재가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해 노인이 생활하고 있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개별적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돌봄과 장기요양서비스이용에 대한 이용자와 가족들의 인식 수준이 아직은 낮으며, 이러한 현상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부당한 요구나 처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과도한 경쟁과 서비스 질의 확보 문제, 지역 간 시설 및 인력 인프라의 불균형적인 분포와 격차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또한 노인 인구의 증가와 급여 확대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 수입과 지출의 균형, 보험료와 국고 부담의 비율,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비용 분담, 급여비와 본인부담의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명암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지난 10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와 그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앞으로 10년을 위한 장기요양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대해 본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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