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과잉진료 실태… 태변 먹은 신생아에 도수 치료 6회
# 1.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A병원을 찾은 50대 B씨. 그는 복부초음파ㆍ심장초음파ㆍ도플러초음파ㆍ수술중초음파 총 4개의 초음파 검사를 받고, 검사비용으로 실손의료보험금 총 83만원을 청구했다.
# 2. 지난해 5월 역시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병원을 찾은 C씨는 B씨가 받은 4개 초음파검사 외에 비뇨기초음파를 추가로 더 받고, 실손보험금 총 82만8,000원을 청구했다. 한 달 전인 4월 복부초음파가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바뀌자(급여화), 병원이 8분의 1 수준(15만원→1만8,000원)으로 수가가 줄어든 복부초음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비뇨기초음파 검사(수가 13만원)를 새로 검사 항목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문재인케어)을 실시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에서 보험금을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그만큼 확대되는 ‘풍선효과’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불과 2개월 사이 다른 검사를 실시한 A병원의 사례에서 보듯, 상당수 병ㆍ의원들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수익률 축소를 막고자 신규 비급여 항목을 적극 개발하고 이를 환자에게 권하고 있다. 환자의 과다 치료와 병의원의 과잉진료가 반복되는 한 비급여 팽창으로 인한 실손보험 부담 증가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급여 과잉진료가 잦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치료는 백내장 수술이다. 2014년 실손보험 지출 기준 200억원대에 불과했던 백내장 치료비는 2017년 1,200억원을 넘어서며 거의 6배가 뛰었다.
업계에선 사실상 건강한 눈이나 백내장 초기여서 수술이 필요 없는 경우에까지 수술을 적극 권해 ‘생내장 수술’이라는 용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아예 보험설계사가 브로커로 개입해 실손보험 가입 환자의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보험사들은 전한다.
최근에는 눈의 ‘계측검사비’를 크게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백내장 진료를 위한 계측검사비는, 당국 감독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소형 의원급 병원에서 최저 1만5,000원부터 최고 260만원까지 무려 173배 차이가 난다. 이전까지 비급여 항목으로, 단골 실손보험 청구 대상이던 다초점렌즈 삽입술이 2016년부터 ‘질병 치료가 아닌 시력교정술에 가깝다’는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자 병의원들이 계측검사비를 통해 새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의 D안과는 백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먼저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했다. 실손보험이 없으면 백내장 수술만 하고, 보험이 있으면 청구금액 270만원의 다초점렌즈 삽입도 같이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6년 다초점렌즈 삽입이 비급여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자, D안과는 다초점렌즈 비용을 27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줄이고 대신 보장 대상인 계측검사비를 1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늘려 청구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급여에서 비급여 항목으로 전환된 후, 회당 1만원이던 치료비가 10만원대로 급등한 도수치료 또한 과잉진료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도수치료는 손을 사용하는 요법으로 통증 완화 효과가 있지만, 보험사들은 불필요한 시술이 잦고 가격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017년 출시된 신실손보험부터 도수치료는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가 훨씬 많은 기존 실손보험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지금도 과잉 진료와 과잉 청구는 계속 되고 있다. 적발 사례 가운데는, 태변흡인증후군(태내에서 자신의 첫 배설물을 흡입해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가 총 6회의 도수치료를 받은 경우도 있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25세 대학생이 30일간 입원하면서 총 69회의 도수치료를 받고 500여만원의 진료비를 부담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실손보험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비급여 부문 진단과 진료 수단을 결정하고 그 비용을 산정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처럼 제3의 심사 기관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독일처럼 의료인 협회가 합리적인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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