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냉방병 탓에 면역력 떨어져
50대 여성이 많지만 젊은층도 늘어
수십 개의 바늘이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상포진은 본래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무더위에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와 피로 누적, 체력 저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여름철에 많이 걸리고 있다.
대상포진은 지난해 7월 8만9,576명, 8월 9만714명이 진료를 받았고, 겨울인 12월엔 7만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자는 50대 여성이 가장 많았고,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 30·40대 환자도 늘고 있다. 박휴정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때 발병하기 쉬우므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에 많아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체계·항바이러스제의 위세에 눌려 몸 속 신경절에 숨어 지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돼 발생한다.
수두에 걸렸던 사람 누구나 발병 대상자다. 10세 이상 청소년ㆍ성인 1,196명을 조사한 국내 연구결과,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은 연령에 따라 늘어난다. 50세 이상 환자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은 94.5~100%였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대개 척추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신경의 한쪽을 타고 띠 모양[帶狀]의 작은 종기가 났다가 물집이 생긴다.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되는 과정에서 통증 유발 물질이 다량 분비돼 통증이 생긴다.
전신 권태감, 발열, 오한, 복통, 속 쓰림, 설사 등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통증이 먼저 생기고 피부 발진이 3~10일 후 나타난다. 발진이 나중에 생기므로 신경통, 디스크, 오십견, 요로결석, 늑막염 등으로 여기곤 한다. 통증이 생긴 뒤 4주가량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신경통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피부 발진과 신경통이 나타난다면 피부병이라 생각하지 말고 대상포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대상포진에 주의해야 한다.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61% 정도를 차지해 대상포진 발병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여름철과 무리한 휴가 후 대상포진이 더 잘생길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50대(16만5,119명)환자가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25.6%를 차지했고, 60대(11만9,015명)가 18.4%로 뒤를 이었다.
대상포진 치료는 발진이나 수포 같은 피부 증상이 나온 후 3일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초기에 억제하고 통증을 줄이며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돕는다.
◇환자 20%, ‘대상포진 후 신경통’ 겪어
대상포진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뇌수막염, 녹내장, 시력 저하, 안면마비, 청력 손실, 근력 저하 같은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으로 인해 뇌졸중 발병 위험은 4배, 치매 발생률도 3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골반에 생기면 방광 신경이 손상돼 소변 배출이 힘들어진다.
적절한 치료를 하면 통증은 피부 병변이 생긴 지 1~2개월 뒤에 사라지지만 3~4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될 때도 있다. 신경 손상과 지속적인 통증 신호 자극에 의해 통증 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이중선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몸이 허약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통증이 계속된다”며 “환자 가운데 20% 정도가 이를 겪는다”고 했다. 대상포진은 일찍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 발병 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체내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한다. 예방을 위해 평소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으로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백신 접종도 한 방법이다. 1회 접종으로 평균 51%(50대 70%, 70대 41%)의 예방 및 통증 감소 효과가 있고 대상포진 후 만성 신경통 발생을 39% 줄여준다. 예방백신 접종 대상은 50세 이상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예방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것도 좋다.
강연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이 나타난 초기에 피부·신경 부위의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국소마취제 같은 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통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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