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각의에서 의결한 가운데 미국이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분명한 ‘관여 로드맵’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한일 간 교착 상태 타개 방안’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적극적 관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미연 애틀랜틱 카운슬 전략ㆍ안보센터 ‘아시아 안보 프로그램’ 국장과 배리 파밸 선임 부회장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한일 간 ‘현상동결 합의’ 권고→한일 양국 고위 당국자 간 신뢰 재구축을 위한 한미일 3자 회동 주선→역사적 분쟁 해결 및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3자간 틀 마련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미국은 한일이 ‘현상 동결’에 합의할 것을 계속 주장해야 한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양국의 추가 조치를 막고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중기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북한의 비핵화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한미일 3국 회담을 열어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하며 장기적 관여 방안은 3국이 참여하는 기관 설립이나 민간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오랫동안 지속해온 양국 간 역사적 이슈 대응을 위한 3자간 틀을 마련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미국은 장기간 분쟁의 승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일본과 한국에 환기시켜야 한다”며 한일 간 갈등 상황이 오히려 ‘역내 도전자들’만 이롭게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선 일본과 한국이 서로 맞서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미국의 노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한일 관계의 안정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일 간 무역 분쟁이 국제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교란시키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관련 산업 및 소비자 등 미국의 국가 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무역 분쟁의 반사이익을 중국이 누릴 수 있으며 이는 화웨이나 다른 중국의 기술 기업들에 이롭게 작용하면서 미국 국가안보의 심대한 초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보고서는 “미국이 비공개적이든 공개적이든 한일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강대국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동맹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 만큼, 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 간 관계 안정화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이어 “미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되, 긴장 해결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 내 국내 정치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미국의 관여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국내적으로도 현재의 정치 경로를 바꿀 납득할 만한 명분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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