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2일 부검을 의뢰한 결과 익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관계자 소환조사에 이어 다음주 초에는 현장감식에도 나서는 등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날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수사전담팀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전9시부터 11시까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망자 3명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인이 명시된 1차 소견이 나오기 까진 약 한 달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형사과장을 필두로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날까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등 10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확보한 시설관리 자료 분석을 토대로 이들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관도 수사팀에 합류시켜 면밀한 법리 검토를 맡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배수 작업이 완료되는 다음주 초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양천소방서 등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유일한 탈출구였던 지하터널 출입구를 현대건설 직원이 직접 닫은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이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현대건설 직원을 포함한 외부 작업자들이 감전사고 예방과 수문 제어실 보호 등을 목적으로 ‘유지관리 수직구의 방수문’을 폐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은 작업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안에서는 열 수가 없다. 문을 닫은 사람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를 “끔찍한 인재”로 규정하고 김수영 양천구청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 6명을 직무유기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서울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지하 40m 수로에서 현장 작업자 3명이 지상에서 쏟아져 나온 빗물에 휩쓸리며 발생했다. 폭우가 예보됐지만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일상 점검을 위해 지하로 내려갔고, 시공업체 직원 1명은 이들에게 위험을 알리러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 시설은 지상에서 빗물을 모으는 저류조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려 지하 터널로 빗물을 흘려 보내는 구조인데, 사고 당시 작업자가 지하 수로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문이 열려 6만톤 가량의 물이 한꺼번에 물이 쏟아져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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