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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하루 뒤 ‘경술국치일’… 일본 시간표 일부러 맞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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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하루 뒤 ‘경술국치일’… 일본 시간표 일부러 맞췄나

입력
2019.08.03 04:40
수정
2019.08.03 11: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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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청 관계자가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테헤란로에 게양된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청 관계자가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테헤란로에 게양된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7일 공포ㆍ28일 시행’이란 시간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4일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로 시작된 한일 간 ‘경제 전면전’이 28일부터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제2차 경제 보복 조치 시행일이 대한제국이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과 하루 차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일본 정부에선 이달 말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새로운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이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다만 미국이 한일 양국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예정대로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되더라도 공포ㆍ시행 일정을 다소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각의 결정 수일 뒤 공포, 그로부터 21일 후 시행이라는 관례를 그대로 따른 셈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시행 하루 뒤인 29일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이 가져가는 내용의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되고 공포된 국권피탈의 날인 경술국치일이다. 일본 정부의 1차 보복 조치가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했고, 2차 보복 조치의 타깃으로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 관련한 품목이 거론되면서 정치적ㆍ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경술국치일인 지난 1994년 8월 29일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56M(메가비트) D램을 개발해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대한제국 태극기와 “한민족 세계제패, ‘월드베스트정신’으로 해냈습니다”는 문구를 담은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김광호 당시 삼성전자 사장은 “적어도 D램 기술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평등했던 구한말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내용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경술국치일을 놓고 25년 전엔 우리가 일본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면, 2019년엔 일본이 한국의 미래를 억누르는 셈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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