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진통 끝 처리… 두번째 늑장 기록
감액 규모 놓고 줄다리기 상황에서,
김재원 위원장 초유 음주 사태도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대응 예산(2,732억원)을 포함한 5조8,300억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99일 만으로, 역대 두 번째 늑장 처리다. 107일 만의 처리(2000년)가 최장 기록이다.
여야는 추경 처리 시한으로 합의한 1일을 종일 빈손으로 보낸 끝에 일본이 2차 무역보복 조치를 확정한지 약 11시간 만인 2일 밤 추경을 처리했다. 추경 처리 과정은 ‘초유의 음주 심사’부터 ‘반복된 졸속 심사’까지, 갖가지 오명으로 얼룩졌다.
여야가 추경 최종안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본회의는 2일 오후 4시에 가까스로 열렸다. 본회의에서 일본 무역보복 철회 촉구 결의안과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에도 추경안은 정리되지 않았다. 추경안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기획재정부의 ‘초치기 막판 심사’를 거쳐 오후 9시쯤 가결됐다. 2일마저 넘겼다면 여야 지도부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추경안 진통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이었다. 여야가 감액 규모를 놓고 심야 신경전을 하던 1일 오후 10시 30분쯤, 김 위원장은 술에 취한 모습으로 국회에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가 하면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위태로운 상태로 당 원내지도부 회의에 참석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수조원대 나라 예산 편성이 결정되는 날’이라는 심각성도, 예결위원장 자리의 무게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국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1일 밤 만취하는 바람에 야당이 제대로 깎지 못한 액수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추경안 심사엔 올해도 어김없이 ‘졸속’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불 붙인 정쟁으로 심사가 상당 기간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야 추경안 본격 심사를 시작했지만, 김재원 위원장이 정부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며 돌연 심사를 중단하는 위기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본회의에선 중국ㆍ러시아의 영공 침범을 경고하는 ‘동북아 역내 안정 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과 이상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안을 비롯한 인사 안건 3건, 민생법안 141건 등이 가결됐다. 출퇴근 시간대 카풀(승차 공유)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법인 택시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개정안’, 남성의 출산 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리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위계ㆍ위력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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