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음주 추경 심사에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긴박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앞당겨야 할 예결위원장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음주 추경 심사 논란은 1일 밤 여야의 추경안 협상 도중 불거졌다. 애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추경 감액 규모에 대한 여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연기를 거듭하던 상황이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이 대기를 하던 오후 11시10분쯤 김 위원장은 얼굴이 벌게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입에서 술 냄새를 풍기면서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추경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민감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김 위원장을 질타하고 나섰다. 표창원 더블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표 의원은 “일본의 경제공격으로 국가 전체가 비상사태고 국회에서는 모든 의원이 예결위 심사 종료만 기다리고 있다”며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미세먼지 긴급 대책과 산업 고용 위기 지역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99일간 지연시키고, 막판 무리한 감액을 요구하며 몽니를 부리다 혼자 음주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재해 추경, 일본의 경제 침략 등 경제 위기 대처 추경에 국민들이 노심초사 기다리는데, 예결위원장 음주로 모든 게 중단되고 미뤄진 건가”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예결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두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 예결위에서 포로가 된 추경을 구출할 책임이 있는 장본인이 지역구로 줄행랑치고 꽁무니를 빼더니 음주로 끝판을 장식했다”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예결위원장직을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추경 심사를 1일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하지 않았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김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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