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체 사령부 인력 파견 등 간접적 지원할 듯
일본 정부가 걸프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상선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군사 연합체(이하 연합체)에 참가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주도의 연합체 참여시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가 깊은 이란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파견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최근 '해상 경비 행동' 명목으로 해상 자위대 파견을 고려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이 호르무즈 군사 연합체를 이란에 대한 '포위망'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함정을 파견할 경우 이란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데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아울러 일본 함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등 무장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대규모 군사 충돌이 불가피한 점도 고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으로 향하는 원유 수송 루트를 끊기게 하지 않는 것”이라며 “함정 파견이 긴장을 완화하지 않고 오히려 정세를 긴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미국을 배려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떨어진 장소에 함선과 초계기를 파견하거나 연합체 사령부가 설치될 경우 인력을 보낼 여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미일동맹 관계를 고려해 함정 등의 직접 파견은 못하더라도 연합체에 참여하는 형식적 제스처는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걸프만에서 이란과 대치 중인 미국은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력을 과시하자, 각국 상선 보호를 위한 우방국 간 연합체 결성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 프랑스가 미국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은 이란과의 갈등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경우 특히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법 항행했다는 이유로 자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이란에 의해 억류되자, 유럽 차원의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민간선박 호위 작전을 제안한 상태다. 일본과 더불어 연합체 합류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는 "검토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두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