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가 산나물을 캐다가 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단한 남성에게 국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이은빈 판사는 A(55)씨와 그의 가족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산나물을 캐기 위해 경기 연천군 한 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지뢰를 밟는 사고를 겪었다. 지뢰 폭발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한 A씨는, 국방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판사는 “사고 장소가 민간인출입통제선 북방지역이긴 하나, 민간인의 출입이 완벽히 차단되는 구역은 아니었다”면서 “지뢰지대를 관할하는 군부대의 장은 경계표지 설치, 출입금지 철조망 설치, 지속적인 주민 홍보활동 등으로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 장소 주변에 오래된 철조망이 있었지만 높이가 낮아서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A씨의 이동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주변 경고표시를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도 고려했다.
다만 △A씨가 사고 부근에서 철조망을 봤음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 △인근 도로에 군사통제 구역 및 지뢰지대임을 표시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던 점 △A씨가 산림보호법 및 군사시설보호법을 위반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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