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 등 음대생 모여 연주 영상 올려 인기

유튜브 채널 ‘또모’에서 피아노 전공생이 쳐 본 가장 어려운 곡을 소개하고 있다. 한 연주자가 리스트의 '타란텔라(Tarantella)'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또모 화면 캡처

“피아노 전공자는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연주해 봤을까요.”

유튜브 채널 ‘또모(Towmoo)’에 이런 주제로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리스트의 ‘마제파(Mazeppa)’나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Petrushka)’ 같이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어렵다고 소문난 피아노 곡이 다수 등장했다. 구독자들은 빠른 선율을 생동감 있게 살려내는 연주자들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피아노 연주에 심취한 연주자 옆에 곡의 악보가 함께 흘러가는 영상 구도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자신이 가장 어려워하는 곡을 다른 사람 앞에서 보여줄 정도로 연습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s****),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손가락이 건반을 정확히 찾아가는 걸까”(봄****), “쇼팽은 이기적이다. 본인 혼자만 연주하려고 곡을 쓴 것 같다”(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신박한 음악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또모는 세종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백승준(21) 대표를 비롯해 서울대ㆍ연세대ㆍ한양대 음대생 등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들은 연주부터 영상 편집까지 직접 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고 있다.

피아노 전공자들이 얼마나 빨리 곡을 연주할 수 있는지 보고 있다. 쇼팽의 '에튀드 흑건' 을 연주하는 속도를 메트로놈을 이용해 측정하고 있는 장면. 유튜브 '또모' 화면 캡처

또모의 특징은 정통 클래식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피아노 전공자에게 많이 시키는 곡’ 영상에서는 영화 OST로 사용 돼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이 다수 등장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일명 ‘피아노 배틀 씬’에 등장해 유명해진 쇼팽의 ‘waltz’를 다루는 식이다. 같은 영화에 등장해 ‘흑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쇼팽의 ‘Etude op.10-no.5’을 보여줄 때는 메트로놈(음악의 템포를 나타내는 기계)을 이용해 연주자들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곡을 연주하는지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클래식 장르는 현대인에게 익숙지 않은 존재다. 베토벤의 ‘운명’처럼 유명한 곡이나 흑건처럼 대중매체에서 다뤄진 곡이 아니면 대중이 알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클래식 연주를 보여주는 또모는 특별하다. 8월 초 현재 또모 구독자는 약 16만명. 업로드 영상 중 가장 인기 있는 ‘가장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동영상’ 조회수는 약 400만회에 이른다. 최근엔 또모 출연자들의 단독 연주회도 열렸다. 또모를 기획하고 설립한 대표 백승준씨를 만나봤다.

-어떻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요.

“요즘 유튜브가 대세잖아요. 그런데 유튜브에 순수하게 클래식만 다루는 채널이 거의 없어요.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속상하더라고요. 유튜브를 통해 클래식의 진가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대학 입시 때부터 사업 준비를 차근차근 했죠. 입시 공부와 함께 영상 편집 공부도 하고, 프로그램 기획도 했습니다. 결국 제가 재수생이던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또모를 시작했어요.”

'또모' 대표 백승준씨가 어떻게 '또모'를 시작하게 됐는지 설명하고 있다. 정유정 인턴기자
-또모 제작진과 출연진은 어떻게 모이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모든 것을 혼자 했어요. 기획, 촬영, 편집 모두 혼자 도맡아서 했죠. 그러다 점점 구독자 수가 늘고, 사업을 확장시켜보자는 마음에 지인들을 모았어요. 지금 제 유튜브에 출연하고 있는 연주자 및 편집자들은 모두 지인입니다. 마음 맞고 편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 거죠.”

-보통 클래식이라 하면 지루하다는 편견이 많습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실 때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했나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죠. 유튜브뿐만 아니라 TV에서도 클래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대중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면 된다’는 일념 하에 도전했던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전공자인 만큼 클래식이 지루하다 생각해본 적 없거든요. 대중들에게도 흥미로운 클래식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모 덕분에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많이 깨졌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대중의 반응이 좋은 영상들이 많이 탄생했어요. 어떤 영상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아무래도 조회수가 가장 높은 영상이 제일 맘에 들죠. 제 노력을 인정 받은 것 같아서요. ‘전공자가 쳐 본 가장 어려운 곡은?’ 영상이 제일 호평을 받아서, 가장 애정이 가요.”

또모 대표 백승준씨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또모 단독 연주회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유튜브 또모 화면 캡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출연자들 인기가 좋아요. 또모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화석’이라 불리는 김하늘(24ㆍ한양대 피아노 전공)씨나, 보라색 옷을 자주 입고 등장해 ‘보라돌이’라 불리는 박시현(21ㆍ한양대 피아노 전공)씨 등 출연자들의 팬이 많이 생겼어요. 그들의 탁월한 연주 능력을 멋있게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출연진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자막이나 영상 편집이 매우 재미있다고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하늘씨가 간혹 재채기라도 하면 ‘미세먼지 낀 화석’ 이란 자막이 달리죠. 이런 저의 재치 넘치는 편집 능력도 인기에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또모의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요.

“네, 피아노 전공자로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또모 연주회를 했을 때예요. 또모 연주자가 관객석을 향해 ‘다음 곡은 뭘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라고 했는데, 관객석에서 ‘리스트의 타란텔라(Tarantella)요’라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더군요. 음악가 리스트도 많이 알려진 이가 아니긴 한데 타란텔라라는 곡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알긴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해요. 또모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관심 갖는 이가 많아진 것 같아 뿌듯했죠.”

'또모' 제작진이 피아노 전공생들에게 마카롱을 먹은 직후 떠오르는 곡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유튜브 '또모' 화면 캡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규칙이 있다면.

“요즘 미디어를 소비하는 추세를 ‘스낵 컬쳐(Snack Cultureㆍ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가볍게 미디어를 소비)’라고 하죠. 이런 추세에 맞게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객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전공자니까 클래식이 재미있게만 느껴지는데, 이런 저의 시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대중에게 외면 당할 확률이 높겠죠.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대중 입장에서도 흥미를 느낄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또모는 클래식 피아노만 다루나요.

“아닙니다. 원래 저희 또모의 컨셉은 ‘음대생들’이에요. 피아노 관련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계속 그 범주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대 바이올린 전공자도 섭외했어요. 구독자 반응도 정말 좋더라고요. 댓글에 ‘현악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 또모가 현악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준 것 같아 고맙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앞으로 현악기뿐만 아니라 관악기, 그리고 국악까지도 다뤄볼 계획입니다. 다양한 악기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니, 멋지지 않나요.”

-또모의 꿈ㆍ포부가 궁금해요.

“또모 일원끼리 습관처럼 하는 말이 ‘클래식계의 구글이 되자’는 거예요. 정보통신(IT) 공룡인 구글처럼 클래식 음악계의 공룡이 되자는 거죠. 인터뷰 초반에 말씀 드린 것처럼 또모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자로 등록도 돼 있어요. 앞으로 음대생들이 각 분야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음대생들을 위한 공연 기획 사업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번 또모 단독 연주회도 저희가 직접 기획했어요. 당시 인터파크 티켓 판매 순위 1위에 등극하기도 했죠. 저희는 다방면으로 클래식계가 잘 돌아가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또모와 같은 음악 채널을 운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걱정만 하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 하는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도전하세요.”

정유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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