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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47>EU의 골칫덩어리,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피란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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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47>EU의 골칫덩어리,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피란만 분쟁

입력
2019.08.02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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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피란만 분쟁을 표시한 지도. 중재안을 따르면 슬로베니아는 회랑(corridor)을 통해 공해(international waters)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슈피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피란만 분쟁을 표시한 지도. 중재안을 따르면 슬로베니아는 회랑(corridor)을 통해 공해(international waters)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슈피겔

“2025년부터 발칸반도 국가들은 국경 분쟁 문제를 해결해야만 유럽연합(EU)에 가입할 수 있다.” 2018년 2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새로운 가입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와 터키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발칸 국가들의 EU 가입을 독려했던 EU가 돌변한 배경에는 피란만 분쟁이 있었다. EU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피란만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양국의 가입을 승인했는데, 이들의 분쟁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란만 분쟁은 1991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하며 시작됐다. 피란만은 연방 차원에서 공동 소유하던 해양 영토였는데, 양국은 해양경계선을 정확히 획정하지 않은 채 독립을 선언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해양법은 양국간 별도의 합의가 없을 때는 영해의 중간선을 해양경계선으로 설정한다. 크로아티아는 해양법의 결과에 만족했지만 슬로베니아가 즉각 반발했다. 슬로베니아가 유고연방 당시 관리하던 영해는 피란만의 절반을 넘어 70%에 달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공해(公海) 접근권이었다. 중간선을 따르면 슬로베니아는 공해로 연결되는 회랑과 단절돼, 크로아티아 혹은 이탈리아 영해를 거쳐야만 공해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

슬로베니아 항구도시 피란과 피란만의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슬로베니아 항구도시 피란과 피란만의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2004년 슬로베니아가 EU에 가입하며 양국의 분쟁은 EU의 문제가 됐다. 먼저 EU 가입국이 된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가 자국과의 국경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2008년 국제 중재를 받자고 제안했고, 2009년 양국은 상설중재재판소(PCA)를 통해 영토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에 동의해줬고, 2013년 양국은 모두 EU국가가 됐다. 하지만 2015년 7월 PCA 슬로베니아 측 대리인과 슬로베니아 측 임명 중재인 간의 공모혐의가 제기되며 PCA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겼고, 크로아티아는 PCA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2017년 6월 PCA 판결은 슬로베니아의 손을 들어줬다. 피란만의 중간선이 아닌 3분의 2지점을 따라 해상 경계선이 놓여야 한다고 결정하며 양국에 6개월 내에 판결을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당국은 2015년에 이미 중재절차에서 탈퇴했다며 PCA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PCA 판결을 따르고자 했던 슬로베니아는 약속된 6개월이 지나자 피란만에 해양 경찰을 배치하고 크로아티아 어민들에게 경고 방송을 했다. 크로아티아도 자국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했다. 양측은 상대방 어민들에게 영해 침범에 대한 벌금 고지서를 발부하며 벌금 전쟁을 벌이는 등 여전히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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