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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지구를 위한 새로운 방향설정

입력
2019.08.05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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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촉구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이동 중인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를 태운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후변화 대응 촉구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이동 중인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를 태운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속가능성 관련 국제단체인 글로벌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는 지난달 29일로 올해 ‘지구 자원 예산’이 고갈됐다고 발표했다. 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 20년간 두 달 앞당겨졌으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이르게 찾아왔다.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영향은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생태 발자국의 60%를 차지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주요20개국(G20) 모두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총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한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은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미국은 최대 일인당 배출국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온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대 섭씨 2도 제한하겠다는 197개국의 약속인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최근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2005~2017년 사이에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감소는 천연가스가 석탄을 대체하는 등, 대체로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오바마 정부 시절 수립한 각종 기후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결과에 대해 공로를 인정받을 수 없다.

기후 위기는 사회적 자연적 역동성의 연계를 더욱 확실히 보여 준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무시하려는 듯하다. 트럼프의 기후정책은 거의 모든 이슈에서 당파가 나뉘어 싸우는 최근의 양극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부인해, 34%만이 인류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믿는 많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89%는 인류의 책임을 인정한다.

미국 정부의 기후 과학에 대한 공격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수출국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일례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최근 발표한 획기적인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러시아 등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은 미국과 함께 이를 거부했다.

이 IPCC 보고서는 금세기에 지구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에서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고, 세기 중반까지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2018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현재 동향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좋은 소식도 있다. 미국처럼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나라는 다행히 없고, G20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영국을 위시한 국가들이 트럼프가 최종 성명서에 어떤 조항도 추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많은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 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 제로 달성)를 골자로 하는 법을 채택하고 있고, 프랑스와 영국도 동참했다. EU 회원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공유 목표로 정할지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이 반대하고 있어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럽 국가들은 오는 9월 뉴욕 유엔 기후정상회담에서 파리협정의 기반에서 더욱 야심 찬 국제 공약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EU 회원국 간의 이견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노력이 경제성장과 공정성 증대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계는 기후변화 저지에 실패할 것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보여 주듯이, 당장 이달 말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종말에 대해 걱정할 거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에너지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고 단기적으로 손해 보는 곳이 있으므로 스페인 정부가 최근 자국 탄광 폐쇄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 전환 계획을 만든 것처럼, 각국 정부는 정책을 세밀히 조정하고 충격 완화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당선자가 유럽의회 연설에서 밝힌 조정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책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냉엄한 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온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우리가 지구에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와 온난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합의가 잘 되진 않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공개토론에서 이러한 현실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또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의 눈에 띄는 감소는 더욱 낙관적인 미래를 바라보게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다루기 힘들고 좌절하기 쉬운 문제지만 세계가 혁신적이고 다각적인 사회적 포용 정신을 수용한다면, 인간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히 방향 전환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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