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29)는 그간 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성적표를 펼쳐보면 의외의 성적에 깜짝 놀라게 된다.
터커는 KIA의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가 성적 부진으로 퇴출된 뒤 지난 5월 17일 긴급 투입됐다. 이후 7월까지 53경기를 치르면서 타율 0.323에 안타 65개 볼넷 27개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간 터커가 ‘저평가’ 받은 이유는 적은 홈런 수와 부족한 득점권 타율 때문이다. 일단 홈런 수가 적다. ‘외국인 타자=거포’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53경기 6개의 홈런은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도 0.296으로 본인의 시즌 평균 타율(0.323)보다 훨씬 낮다. 실제로 3번 타자일 때 그의 타율은 0.328이지만,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5번 타순에서는 0.227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터커의 진정한 가치는 예리한 선구안과 참을성, 그리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에 있다. 터커의 타석당 투구수는 4.04개로, 러프(삼성ㆍ3.97). 샌즈(키움ㆍ3.79) 로하스(KTㆍ3.77), 페르난데스(두산ㆍ3.46개) 등 타 팀 외국인 타자에 비해 많다. 그만큼 타석에서 많은 공을 본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는 지난 31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4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콘택트 확률 역시 81.5%로, 리그 상위권이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확률은 무려 84.2%로, 김선빈(88.7%)에 이어 팀 내 2위다. 박흥식 감독대행 역시 “배트 중심에 맞히는 기술이 남다르다. 수준 높은 스윙이다”라고 평가한다. ‘한국형 외국인 타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좌투수(0.333) 우투수(0.312) 언더투수(0.346) 등 상대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성적을 낸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런 터커가 “이젠 장타를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 SK와의 주중 첫 경기에서 2루타 2개 등 3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하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제 3점 결승 홈런을 터트렸다. 터커는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됐고 타율도 유지되고 있다”면서 “초반엔 출루를, 이후 정타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타율이 낮아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장타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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