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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펌프장 사고, 신혼의 단꿈ㆍ코리안 드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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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펌프장 사고, 신혼의 단꿈ㆍ코리안 드림 삼켰다

입력
2019.08.01 16:01
수정
2019.08.01 2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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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 안씨ㆍ미얀마 노동자의 사연 알려지자 안타까움 더해

수문 개방 등 책임 떠넘기기에 유족들 건설사ㆍ구청에 거센 항의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1일,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갑작스런 폭우로 불어난 물에 의해 작업자들이 고립된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1일,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갑작스런 폭우로 불어난 물에 의해 작업자들이 고립된 서재훈 기자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로 실종된 현대건설 직원 안모(29)씨와 미얀마 국적의 협력업체 직원 M(23)씨가 1일 새벽 지하 배수터널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전 10시쯤 먼저 발견된 협력업체 직원 구모(65)씨를 비롯, 터널에 들어갔던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팀장 대행을 맡은 현대건설의 안씨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40분과 44분에 수문이 열린다는 점을 알고도, 점검 차 먼저 들어가 있는 협력업체 한유건설의 직원인 M씨와 구씨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터널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협력업체 직원만 그냥 놔둘 수 없어 위험을 알고도 터널로 들어간 것이다. 특히 안씨는 결혼 1년이 막 지난 신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건설 직원 M씨도 모국 미얀마에 두 눈이 안 보이는 부모님 등 가족을 두고 홀로 한국에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M씨는 2017년 5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왔다. 7남매 중 다섯째인 M씨는 회사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한국에서 번 돈을 가족에게 송금해왔다. M씨 시신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M씨 직장 동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들을 늘 걱정하던,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며 “미얀마에 여자 친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유건설 소속인 구씨 또한 지병 탓에 잠시 쉬다가 회사 측 요청으로 두 달 전부터 공사 현장에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사망 사고가 ‘예고된 인재’임을 보여주는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가족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폭우 와중에 작업을 강행한데다, 폭우로 수문이 열리도록 해놓고도 이를 제 때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들이 휩쓸려 내려간 사건이어서다.

유족들의 항의는 사고 당일인 31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현대건설 측은 ‘우리에게 수문 개폐 권한이 없다’고, 구청 측은 ‘공사 점검은 구청 소관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책임 떠넘기기냐”는 유가족 반발을 자초했다. 수문 개방에 대해서도 ‘시험 운전이라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과정’이라 했다가 “사망 사고로 문제를 고치는 것이냐”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현재 유가족과 장례 절차 등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 있는 M씨 유가족은 대사관을 통해 ‘미얀마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사망자 유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 및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키로 했다. 경찰은 공사 관련자 진술,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공사 관계 서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감식 등을 토대로 사고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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