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외국 해변에 혼자 앉았다가 지금껏 들었던 파도 소리와는 다른 파도 소리를 처음 들었다. 파도 소리도 저마다 다르다는 걸 그때 새삼 알았다. 해변이 얼마나 넓은지, 경사도와 수심은 어떤지, 모래 자갈 산호…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주변 지역의 해안선, 해류, 해풍이 어떤지에 따라 당연히 파도 소리도 다를 것이다. 저마다 다른 파도가 저마다 다른 마음 같았다. “파도가/깊은 바다 한 가운데서/땅으로 가닿는 마음이라면”이라는 문장이 떠올랐고, 시를 썼다.
이 시에서도 파도의 마음을 본다. 잠깐의 헤어짐을 믿지 못하는 상대에게 곧 돌아온다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영영 이별이 아니라고 다짐하는 “여린” 마음을 본다. 마지막 연에서 “밀물은/썰물의 다른 이름/걱정 많은 엄마 같다”며 그 마음의 주인은 엄마이고, 그 마음은 늘 자녀의 안위와 행복을 기원하기에 걱정 또한 끊이지 않는 엄마의 사랑이라고 명시한다. 하지만 동시니까 엄마라고 했을 뿐 왠지 시 전체 분위기로는 이별과 재회를 거듭하는 연인의 마음 같기도 하다.
아무렴 어떠랴. 장마 끝나고 본격 휴가철에 만약 바닷가에 가게 된다면, 피서객의 소란에서 벗어나 혹시라도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고요가 행운처럼 찾아온다면, 파도의 마음을 들어보는 건 어떨지. 깊은 바다 한 가운데서 당신에게 가닿는 파도의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일지.
““꼭 갖고 싶단 말이야!”//사 달라고/떼쓰다가//소나기 같은 꾸지람에/터져 버린/내 울음보.//파도야,/칭얼대는 파도야/넌 뭘 그리/갖고 싶니?”(‘칭얼대는 파도’ 전문)
이 시집에는 나로선 아직 듣지 못한 파도의 마음이 짙은 푸른 빛으로 출렁이길래 책 커버의 작가 소개를 살피니 역시 시인은 충남 태안 출생이다. 파도가 칭얼대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아직 그 마음을 들어보지는 못했으니 언젠간 다시 바닷가에 홀로 나가봐야겠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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