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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짐으로 돈 버는 스타트업 굿럭 “세상의 모든 짐 진 자여, 여기로 오라”

입력
2019.08.01 13:59
수정
2019.08.01 21: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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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윤소희 대표 ”BTS 덕분에 유명해졌죠.”

해외여행을 갈 때 가장 처치 곤란한 것이 짐이다. 호텔 숙박 시간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면 무거운 짐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곤욕스러운 일이 없다.

스타트업 기업 굿럭은 여기에 주목했다. 윤소희(50) 대표가 지난해 8월 창업해 회사와 같은 이름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해외 각지에서 일정 시간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거나 숙박시설 또는 공항까지 짐을 배달한다.

해외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거나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럭의 윤소희 대표. 고영권 기자
해외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거나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럭의 윤소희 대표. 고영권 기자

◇해외에서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거나 배달하는 서비스로 인기

사업 아이템은 이용자에게서 나왔다. 원래 마케팅컨설팅업체 EMC를 운영하던 윤 대표는 신용카드사들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2015년 신한카드에 제공할 서비스를 찾기 위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일본 오사카의 일부 호텔이 실시하던 짐 배달 서비스 이야기를 들었다. 이 호텔들은 도착 이틀 전에 예약하면 500엔을 받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투숙객의 짐을 날라줬다. 윤 대표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호텔들의 짐 배송 서비스를 아주 많이 이용했다”며 “여기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른 나라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짐을 돈으로 바꾸는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 윤 대표는 2년간 시장 조사 끝에 태국의 방콕, 베트남 하노이, 일본 오사카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객의 짐을 숙박시설까지 전달하는 짐 배송 서비스를 1년 전에 시작했다. 서비스 명칭은 좋은 화물(good luggage)이란 뜻의 영어 줄임말이며 ‘좋은 여행을 하라’(have a good luck)는 영어와 발음이 같은 점을 이용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굿럭 사이트에 접속해 목적지와 도착시간, 숙박업소 등을 입력하면 공항에 상주하는 현지 제휴사 직원이 대신 짐을 찾아 숙박시설까지 배달해 준다.

혹시나 수 많은 화물 속에서 짐이 바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확인 절차도 마련했다. 이용자가 예약할 때 짐 사진을 찍어 올리면 현지 제휴사 직원이 확인하고 짐을 찾은 뒤 다시 사진을 찍어 이용자에게 전송한다. 제휴사 직원은 짐을 배달한 뒤에도 사진을 한 번 더 찍어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짐 배송 서비스는 지역과 짐 크기에 따라 9,900~2만5,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아시아에서 시작한 사업은 이용자들이 늘며 지난해 12월 유럽으로 확대됐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130개 도시에서 아시아와 달리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굿럭의 짐 보관소를 찾아 짐을 맡기는 서비스다. 현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카페, 식당, 호텔, 상점 등을 짐 보관소로 활용한다. 요금은 24시간 기준으로 지역에 따라 6,900~9,900원이다.

◇BTS 영국 공연 때 활약으로 유명

유럽에서 하는 굿럭의 짐 보관 서비스는 6월 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BTS 공연 때문에 유명해졌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테러 위험을 막기 위해 A4용지 크기 이상의 짐을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 사실을 모른 한국의 팬들이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았다가 입장을 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다급해진 팬들은 방법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굿럭 직원이 올린 글을 발견해 스타디움 주변의 굿럭 짐 보관소로 몰려갔다. 공연이 열린 이틀간 굿럭은 40~50개의 짐을 맡아 보관했다. 덕분에 무사히 BTS 공연을 본 팬들이 인터넷에 굿럭을 알리는 글을 올리며 널리 알렸다.

여기 그치지 않고 굿럭은 지난달 20일 미국 200개 도시에서 미국 내 도시간 짐 배송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예를 들어 뉴욕으로 입국한 이용자가 국내선을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할 경우 도착지 호텔에서 짐을 받아볼 수 있다. 굿럭의 미국 제휴사 직원이 공항에서 짐을 대신 찾아 호텔이나 사무실, 주택 등 가리지 않고 짐을 전달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 39.95달러(한화 약 4만7,000원)를 내면 2개의 짐을 배송하며 1개 추가할 때마다 10달러씩 올라간다. 1인당 짐을 최대 8개까지 맡길 수 있다.

이처럼 3종류의 짐 관련 사업을 하는 굿럭의 최대 장점은 확실한 고객 관리다. 미국과 영국에 상주하며 영어와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유학생 출신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24시간 고객 상담을 한다. 윤 대표는 “직원 10명 중 7명이 해외 거주하는 상담 직원들”이라며 “이용자가 영어를 제대로 못하면 보이스톡을 이용해 대신 외국인들과 통화하며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가 이용자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용자가 서비스의 핵심”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민원이 곧 서비스 개선 방향이 된다”며 “그래서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해외 여행사들과 현지 짐 보관 업체들의 제휴 문의가 늘고 있다. 윤 대표는 “해외 호텔들, 여행사 등에서 제휴를 하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각 지역마다 짐 관련 법규가 달라서 현지 업체들과 제휴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소희 대표 “짐은 들고 다니는게 아니라 사람과 따로 다니는 것”

윤 대표는 짐 관련 서비스의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호텔 예약, 여행 정보, 교통 수단 연결 등 다양한 사업을 짐 서비스에 붙일 수 있다”며 “아직까지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도 이런 서비스가 없어서 충분히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 스마트폰 전용 소프트웨어(앱)도 내놓을 계획이다. 또 영어 사이트를 만들어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홍대와 명동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의 부티크 호텔들을 중심으로 짐을 맡아주는 짐 보관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각종 교통 수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올해 안에 선보일 방침이다. 윤 대표는 “여행 경로의 모든 교통편을 안내하며 동시에 짐 보관소를 보여줄 것”이라며 “각종 교통편 요금과 시간 정보, 인근 숙박시설까지 표시돼 짐을 맡기면서 호텔과 교통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추가로 윤 대표가 해보고 싶은 것은 장애인 편의 제공 서비스다. 항공기 이용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휠체어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그는 “항공기 탑승시 굿럭 이용자가 같은 목적지로 가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 주고 대신 굿럭 서비스 이용료를 할인 받는 방법 등을 생각 중”이라며 “이를 위해 굿럭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착한 마케팅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굿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짐으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이다. 윤 대표는 “이제 짐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따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굿럭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용자들은 짐을 보내거나 보관하고 손이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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