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1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사실상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용인’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발사한 건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약속을 어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진정한 외교가 언제 시작될지, 김정은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준비됐다고 말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언제 시작될 지 물을 수밖에 없다”며 "우린 여전히 북한으로부터 (답변을) 듣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김 위원장은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언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 외에도 “중장거리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며 북미 협상의 레드라인을 넘은 게 아니라는 트럼프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초강경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지난 5월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데 비해 다른 반응을 보인 셈이다.
미 정부가 이처럼 북한을 향해 연일 실무 협상 개시를 부추기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괘념치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당장 북한이 ‘걸림돌’로 제시해놓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멈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행정부는 현재로선 다가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변동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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