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체가 워낙 위험하니까 일 나갈 때면 항상 불안하고 걱정했어요. 오늘도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어요. 아침 밥도 안 먹고 새벽 5시 출근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하다 숨진 구모(64)씨의 부인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구씨는 이날 아침 일찍 빗물을 저장하는 배수터널 내부를 점검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갑자기 내린 폭우로 상류 수문이 열리면서 하류 지점에서 일하던 구씨가 터널에 고립됐다. 구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구씨는 평생을 건설업쪽에서 일한 건설 베테랑이다. 지병 때문에 잠시 일을 놓았는데, 최근 회사에서 다시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두 달 전부터 배수 터널 현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구씨의 부인은 "사실 나이도 있고 하니까 그만 쉬라고 했는데 본인이 하던 공사니 마무리해야 한다며 다시 일을 시작한 거였다"며 안타까워했다. 구씨의 동료도 "구씨가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묵묵했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구씨의 빈소는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를 찾은 구씨의 막냇동생은 "형은 쉬어가며 하라고 해도 항상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면서 "2남 4녀 중 장남인 형은 어려서부터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동생들 학교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게 일하다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니 마음이 갑갑하고 안타깝다"며 "고령인 아버지가 지금 (사고 사실을) 모르고 계시는데 말씀을 안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날 오전 8시24분쯤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내 저류 배수시설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작업자 3명이 7시40분쯤 배수 터널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내린 폭우로 상류에 있는 수문 두 개가 열리면서 모두 물살에 휩쓸렸다. 당시 터널에 있던 근로자는 한국인 2명과 미얀마인 1명이다. 소방당국은 현재 실종된 2명을 찾기 위해 잠수부 등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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