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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수도, 건축자재도 ‘NO 일본’… 불매운동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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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수도, 건축자재도 ‘NO 일본’… 불매운동 차원이 다르다

입력
2019.07.31 17:00
수정
2019.07.31 21:5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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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등 52개 지자체 “공동대응”… 연수 현황·조달 물품 조사 착수

편의점 8월부터 日 맥주행사 중단… 여행업계 국내 고객에 할인 이벤트

[저작권 한국일보]3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9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들이 일본 불매 운동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2019-07-3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3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9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들이 일본 불매 운동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2019-07-31(한국일보)

일본에 대한 불매 운동이 개인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진 과거 불매운동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예전 불매운동이 ‘과거사 망언’에 따른 단발성에 그쳤다면, 이번엔 중장기적인 정치ㆍ경제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31일 "일본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건축자재, 사무용품 등 조달 제품 구매 시 일본 제품을 배제할 뿐 아니라 공무원의 일본 연수도 취소하는 등 '안 산다, 안 간다'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의 생각은 금세 호응을 얻었다. 지난 25일 지자체를 대상으로 ‘매니페스토 경진대회’에 참석한 김에 이 얘길 꺼냈더니 모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경기 수원, 대전 중구 등 52개 단체장들로 '일본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연합(지방정부연합)'을 꾸렸다.

조달 제품 배제는 지자체 별로 곧바로 현황 조사에 들어갔다. 지자체 공무원 연수는 의외로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웃 국가라 비용은 적게 들지만, 지자체 눈높이에서 배울 만한 섬세한 정책들이 많다’는 이유로 일본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대표적인 연수대상 국가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연합은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에게도 가입 공문을 보내고 있다.

일본 항공여행객 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일본 항공여행객 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기업들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불매운동 초기, 일본의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폄하 발언을 한 것이 기폭제였다. 일본 제품 정보제공 사이트인 ‘노노재팬'을 등장하면서 불매운동 열기가 끓어 올랐다.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보이콧 재팬’이란 푯말을 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택배 기사들은 유니클로 제품을 배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본사도 8월부터는 일본 맥주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이마트 양재점은 지난 22일 ‘아사히 블랙’에 대한 할인 이벤트를 하다 거센 항의를 받고 행사를 취소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반대 이벤트가 주목받았다. 하이원리조트는 해외 항공권을 취소하고 국내 여행으로 대체한 고객에게 54만원짜리 콘도 패키지를 12만9,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밖에 모나미, 르까프 등 국내 토종 기업들 제품은 일본 제품의 대체제로 주목받았다.

이미 휴가철 일본 여행객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16∼30일 보름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일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총 46만7,249명으로 한달 전 같은 기간(53만9,660명)과 비교해 7만2,411명(13.4%) 줄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ㆍ오사카ㆍ오키나와 노선에 투입할 항공기를 바꿔 좌석 수를 줄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래 얽힌 역사 문제에서 시작해 일본이 직접적인 경제 피해까지 주게 되면서 국가 차원의 문제가 확대된 상황"이라며 "익명의 공간인 SNS를 통해 불매운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정당화를 하게 되고 결국 불매운동이 더 오래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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