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축조합 A사는 아파트 신축공사를 발주하면서 B사가 수입하는 가구 122억8,000만원어치를 납품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B사는 견본주택에 주방가구 샘플 설치까지 했지만 조합이 다른 회사의 주방가구를 선택하며 납품 철회 의사를 전달해왔다. B사는 일방적인 납품 취소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고, 조정 결과 조합이 B사에 56억8,000만원 상당의 주방가구 납품과 시공을 위탁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상반기 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한 피해 구제 금액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가맹사업 등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민사 소송 절차를 밟기보다 처리 기간이 짧은 조정원의 분쟁조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조정원은 상반기 조정 성립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6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9억원)보다 36%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제적 성과는 조정 금액과 소송으로 이어졌을 경우 발생했을 예상 비용을 더한 실질적 피해구제 금액을 뜻한다.
다만 조정 처리 건수는 전년 대비 17% 감소한 1,372건에 그쳤다. 2017년(+36%)과 2018년(+20%) 2년간 조정원이 처리한 사건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정 접수 건수도 17% 줄어든 1,479건을 기록했다.
상반기 조정원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47일로, 법정 기간(60일)보다도 짧았다.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선 조정을 통해 빠른 시간에 피해를 구제 받고 소송 비용도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조정원은 상반기의 대표적 조정 사례로 편의점 가맹본부의 가맹금 반환과 레미콘 공급업자의 시멘트 끼워팔기를 둘러싼 분쟁을 꼽았다.
편의점 개업을 위해 가맹금 550만원을 낸 C씨는 개설 비용이 부담돼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가맹본부 측에서는 가맹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돌려주겠다는 가맹금 규모도 점차 줄였다. 이에 C씨는 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양측은 가맹본부가 C씨에게 495만원을 돌려주라는 조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레미콘 제조사인 D사는 레미콘 공급사로부터 시멘트를 함께 공급받았는데,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끼워팔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원은 시장 지배력이 있는 레미콘 공급사가 시멘트를 함께 공급한 것이 끼워팔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D사에 7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신동권 공정거래조정원장은 “조정원을 통해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들이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받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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