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특파원 24시]치정으로 얽힌 논문 대필, 중국 명문 푸단 의대 스캔들 논란

입력
2019.08.11 16:00
수정
2019.08.11 19:19
17면
0 0
유부남 연구원과 박사과정 여학생 간 치정과 논문 대필이 얽힌 희대의 스캔들이 터져 발칵 뒤집힌 푸단대 상하이의학원 입구. 중신망
유부남 연구원과 박사과정 여학생 간 치정과 논문 대필이 얽힌 희대의 스캔들이 터져 발칵 뒤집힌 푸단대 상하이의학원 입구. 중신망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명문 푸단(復旦)대 의과대학이 스캔들에 휩싸였다. 20대 후반 박사과정 여학생에게 차인 30대 초반 유부남 연구원이 자살을 시도하면서다. 더구나 이 남자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5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남녀 간의 치정과 논문 대필이 얽혀 의료인의 도덕성과 학자로서의 양심을 망각한 희대의 사건에 중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푸단대 상하이의학원은 지난달 27일 “최근 우리 대학 박사과정 학생과 부속 중산(中山)병원 청년 연구원의 갈등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며 “의대생의 사상과 정치 업무, 스승의 도덕적 모범을 중시해 온 우리 대학은 학문적으로 규범에 어긋나는 행위를 끝까지 조사해 반드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대학은 이례적으로 새벽에 긴급 성명을 내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중국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중산병원 내분비학과 연구원 루(陸ㆍ32)씨는 같은 병원의 17학번 박사과정 리(李)씨에게 집과 자동차, 가방, 보석 등을 갖다 바치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내와 자식은 뒷전이었다. 그러다 리씨가 돌연 절교를 선언하자 루씨는 수면제 30알을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 루씨는 SNS에 “네게 모든 것을 바쳤는데 너는 맹세를 어기는구나”라고 적었다.

30대 유부남 연구원과의 불륜에 SCI 논문 대필까지 겹쳐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푸단대 의과대학 박사과정 리모 씨. 중신망
30대 유부남 연구원과의 불륜에 SCI 논문 대필까지 겹쳐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푸단대 의과대학 박사과정 리모 씨. 중신망

여기까지는 흔한 ‘막장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경악하는 건 금은보화가 아니라 루씨가 건넨 논문이다. 루씨는 ‘네이처’를 비롯한 국제학술지에 SCI급 논문 5편을 발표하면서 리씨의 이름을 함께 올렸다. 논문을 대신 써준 것이다. 명백한 학술 조작이자 불법 행위다. 리씨는 프로필에 ‘SCI 논문 5편’을 주요 성과로 기재했다.

SCI는 EI(엔지니어색인), ISTP(과학기술협의록색인)와 더불어 세계 3대 과학기술문헌 검색 시스템이다. 대학이나 국가의 연구 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중국은 SCI급 가운데 인용된 상위 1% 논문이 미국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이처럼 중국의 자존심이자 경쟁력의 밑천인 SCI 논문이 불륜의 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다. 특히 박사학위 취득과 교수 임용 과정에서 SCI 논문은 결정적인 잣대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SCI 논문 한 편이면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연봉이 보장된다”며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여성 리씨는 더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연구원 루씨와 사귀는 동안, 의대의 다른 학생 두 명을 포함해 남성 네 명과 동시에 교제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탓이다. 루씨와 달리 리씨의 실명과 얼굴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돼 ‘신상 털기’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그는 ‘학계의 달기(妲己)’라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달기는 중국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애첩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독부(毒婦)로 꼽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