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맛깔나게 해치운다. 누군가는 친구와 대화하듯 이야기하며 게임을 한다. 누군가는 축구나 야구 경기의 뒷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영화평 쓰고 스포일러를 범한다. 누군가는 장난감 갖고 노는 법을 공유한다. 누군가는 키우는 아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누군가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트린다. 누군가는 거기서 음악을 듣는다. 심지어 누군가는 거기서도 책을 읽는다. 이 누군가들은 모두 유튜버이다.
유튜브가 대세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콘텐츠의 화제성은 방송을 넘어섰고, 뉴스의 확장력은 신문사에 비할 것이 못된다. 유튜브는 누구나 자신만의 채널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영상을 올릴 수 있다. 스스로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구독자 숫자에 따라 일반 직장인이 엄두 낼 수 없는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 수익이 하나둘 알려지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누구나 얼굴을 알 만한 연예인도 텔레비전에 출연해 ‘좋아요’와 ‘구독’을 구걸하는 판이니, 이 판의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책과 출판은 유튜브와는 그나마 가장 거리가 멀어 보였다. 유튜브는 읽는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보는 콘텐츠를 전면으로 한다. 책은 어쨌거나 문자를 읽어내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유튜브는 빠르게 제작돼 빠르게 소비된다. 책은 제작이든 소비든 비교적 느릿하다. 출판은 특유의 그 반박자 빠른 성격답게 이제야 유튜브 세계에 뛰어든 것 같다. 유튜브로 책을 소개하는 이른바 ‘북튜버’들의 방송이 여럿 생겼고, 대형 출판사들도 나름의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출판 중에서도 속도가 느린 편이라는 문학 출판으로 범위를 좁혀 말해 보자. ‘겨울서점’이나 ‘편집자K’ 같은 전문 독자 혹은 출판업 종사자의 방송에서부터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같은 출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까지 독자와 꾸준히 ‘영상’으로 만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매체인 책이 가장 최신의 것이고 혁신적인 매체인 유튜브와 연결된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여전히 있으니 한번 읽어 봐주세요” 하는 정도로 보인다. 정보(소개) 혹은 광고(홍보). 소개와 홍보는 한 끗 차이지만 이 차이의 줄타기에 성공하면 구독자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에 꾸준히 새로운 영상을 올리는 부지런함까지 더한다면 좋아요와 구독은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다만 ‘구독자’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독자’가 되는지는 알 수 없고, 이렇다 할 통계도 없다. 그저 하향 산업 특유의 끈기와 뚝심으로, 그러니까 무엇이든 다 해 본다! 하는 정신으로 유튜브에까지 손을 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과 출판은 수년 전 팟캐스트 사업에 뛰어들어 꽤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작금의 출판 시장이 몇몇 인플루언서의 가벼운 언급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왜소해진 것이 사실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 직무가 유튜브의 발걸음에 맞춰 무작정 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짧은 영상에 길들여진 구독자 중에 독자를 찾는 것, 그들에게 필요한 책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책을 발견하게 하는 것. 유튜브를 통해, 아니 세상 모든 것을 통해서라도 출판과 문학이 해야 할 일이다. 종이 책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문학의 오랜 무기인 ‘쓸모 없음의 쓸모’에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별의별 사람이 온갖 희한한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보다 더 놀랍고 신기하다. 그 많은 구독자 중에 독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기 전에, 느릿하고 신중하게 탐색해야 할 일이다.
서효인 시인ㆍ문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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