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교수, “한국 대법원 판결 존중” 산케이 보도 회유로 해석
일본 극우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이 외무성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해결은 한국 정부가 해야 한다”고 29일 보도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결정을 목전에 두고 일본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출신 한국 정치학자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베 정부가 산케이를 통해 방침을 흘려왔다”고 전제한 뒤 “일단 존중한다는 말로 (한국) 회유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을 두고 “국제법 위반”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던 아베 신조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 등 일본 정부 수뇌부의 태도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가 완전히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여행 안 가기 등으로 실제적인 피해는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일본도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앞두고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접수된 총 4만여건의 이메일 중 찬성 의견이 3만여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의 응원부대가 동원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정권의 사상적인 내용을 만들고 있는 일본회의에서 열성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4만명 정도가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면서 “아베 정권은 여론몰이를 자신들의 지지단체에 시키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있을 수 없는 포퓰리즘”이라며 여론조작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산케이가 할 때는 찬성이 70%였는데 다른 곳에서 하면 57%, 45%로 낮아진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의 여론 수렴은 신뢰할 수 있는 표본집단을 구성해 정상적으로 찬반 의견을 들은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의견만 모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가 여론 수렴 절차도 어겼다고 호사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보통 이메일 수렴 후 공청회를 연다. 시민대표도 오고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정식적인 여론 수렴인데 그것을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과의 갈등을 풀기 위한 원칙론도 거론했다. 그는 “중국, 미국 수출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에도 수출 규제가 들어가면 일본의 전통적인 제조업이 많이 망가진다고 일본 경제계가 엄청난 걱정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일본이 양보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교의 길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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