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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영형 사립대’를 위한 코넬대 모델

입력
2019.08.0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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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교육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한국 대학의 86%를 웃도는 사립대와 그들의 열악한 재정은 대한민국 고등교육 열악함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학령인구의 감소는 현재를 기준으로 2023학년도 대학 진학 인원의 10만 명 축소를 예측하니 서울을 제외한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사립대의 위기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교육은 국가의 인재를 길러내는 100년에 걸친 대사업이고, 인재가 없는 국가에 현재는 물론 미래도 없으니, 따라서 우리는 고등교육의 현 위기를 그대로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중 하나인 공영형 사립대의 단계적 확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국립대 확충의 대안으로 열악한 재정에 처한 사립대를 선별하여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한 고등교육 분야를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상지대와 조선대 등 일부 지방 사립대는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활발히 모색 중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영형 사립대 방안에는 선별한 사립대에 대한 국가가 재원 투입과 관선 이사를 파견을 통한 사학비리 감시 및 운영에 대한 참정권을 얻는 것으로 되어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을 알기 어렵다.

또한, 교육부가 신청한 공영형 사립대 육성지원 사업비 812억 원의 올해 예산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되어 사업의 발조차 떼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업의 예산이 제로라는 기막힌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한편으론 국민의 혈세를 국립대가 아닌 사립대에 지원한다는 것에 대한 국민 찬반논란이 거세다. 이러한 가운데 2017년 12월에 출범한 교육부 산하 사학혁신위원회는 17여 개월의 활동을 마감하면서 이번 달에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사결과에는 회계 등 금전 비리와 배임 및 횡령 등 많은 사학비리 사례가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비리 범벅인 사립학교에 국민의 혈세를 퍼붓는다는 부정적 인식을 널리 퍼뜨렸다.

우리 현실에 맞는 공영형 사립대의 틀은 어떻게 갖추어야 할 것인가? 나는 그 답을 미국의 대학교에서 찾는다. 코넬대학교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중의 하나인 사립대학으로 13개의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인간생태대학 그리고 산업노동대학 등 4개의 단과대학은 뉴욕주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주립 단과대학이다. 또 다른 예는 뉴욕주 최초의 대학인 알프레드 대학교로, 이 학교는 뉴욕주립 세라믹공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엄청난 규모와 지원을 등에 업고, 미 전역을 통틀어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들 대학을 통해 입학하는 신입생은 당연히 주립대학 수준의 등록금을 내며 수업을 받는다. 사립과 공립이 공존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운영에 주 정부의 입김은 배제된다. 학교 운영은 철저히 학교 당국자의 몫이다.

우리의 공영형 사립대의 모델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지역균형발전을 염두에 둠으로써 서울을 제외한 발전 가능한 사립대를 도별로 일단 하나씩 선정하는 것이다. 사학혁신위원회의 백서에 드러난 많은 비리 관련 대학은 제외함으로써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둘째는 묶음 예산의 개념으로 지원하되, 도별 특성화를 고려한 특성 단과대를 설치,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학교 운영 예산의 일정 비율의 재원을 지원하는 식의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가령 경기 생태대학, 인천 서비스 산업대학, 강원 의료기기대학, 대전 국방ICT대학, 충남 디스플레이대학, 전북 농생명대학, 전남 해양관광대학, 광주 문화콘텐츠대학, 충북 바이오대학, 경북 ICT융복합대학, 울산 친환경에너지대학, 대구 SW융합대학, 부산 영상대학, 제주 용암수 융합대학 등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주 정부와 사립대 관계에서 보듯,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관선이사 파견을 거두고 일체의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는 일이다. 교육과 학문은 자율성을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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