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검토 “일본 공식견해 아닌 교섭 때 오간 말”
30일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 협상 기록 가운데 자국에 유리한 부분만 공개했지만, 한국 대법원이 이미 “일시적인 협상용 언급”이라 판단한 쟁점에 불과했다.
이날 일본 정부가 공개한 회의록 내용은 일본 대표가 “개인에 대해 지불받기를 원한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한국 측이 “국가로 청구해 국내 지불은 국내 조치로써 필요한 범위에서 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가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준 것에 상당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대목도 포함됐다. 이 기록을 공개한 건 ‘청구권협정에 개인 배상이 포함됐음을 한국 정부도 알았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협상 과정에 이런 말이 있었으니 청구권협정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내용은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다급해진 일본 측이 추가로 낸 자료에 포함된 주장이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문제를 검토한 뒤 이미 “양국간 협상 과정에서 오간 말이었을 뿐”이라 결론지었다. 실제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보면, 일본측이 거론한 내용이 담긴 1961년 5월 10일 제5차 한일회담 예비회담 과정, 같은 해 12월 15일 6차 예비회담 과정이 등장한다. ‘당시 한국이 8개 항목에 대한 보상으로 총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면서 그 중 30%(3억6,400만달러)를 강제동원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으로 산정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발언은 한국이나 일본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구체적 교섭 과정에서 교섭 담당자가 한 말에 불과하다”며 “13년에 걸친 교섭에서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도 아니다”고 봤다. 실제 4년 뒤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이런 내용이 없다.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던 협상 도중에 한두 번 나온 얘기 가지고 한국 정부의 궁극적 의도를 판단하는 것인 비상식적이란 뜻이다. 이런 발언이 나온 맥락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한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최종 타결된 청구권협정의 액수가 3억달러(무상)에 불과했다는 점도 근거다. 한국이 주장했던 12억2,000만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로 타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당초 구상한 모든 보상ㆍ배상을 다 받아내지 못한 것이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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