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원전 3년간 점검해 확인… 시공사 법적 책임 시효 지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빠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발견된 구멍은 240개로 늘었다. 구조물 특별점검을 시행해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인을 부실공사로 지목했다. 하지만 책임 지는 곳은 없고, 혈세로 구멍을 메울 일만 남았다.
30일 원안위에 따르면 한빛 1~4호기와 6호기, 한울 1ㆍ3호기에서 확인된 공극(空隙)이 총 240개에 이른다. 원안위는 공극 대부분이 건설 당시 적용된 설계ㆍ시공법이나 불충분한 다짐 작업 때문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26일 열린 105회 원안위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공식 보고했다. 원안위는 올해 말까지 예정됐던 점검 기간을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공극이 발견된 부분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시설을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 돔 형태의 구조물(격납건물)이다. 공극은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기 위해 격납건물 바로 안쪽에 설치한 내부철판(CLP)까지 부식시켰다. 월성 1~4호기와 고리 1ㆍ2호기를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원전에는 CLP가 설치돼 있다.
2016년 한빛 2호기 정기검사 중 CLP 뒷면이 부식된 게 처음 발견된 뒤 원안위는 다른 원전으로 점검을 확대했다. 그 결과 CLP 9,998곳의 두께가 기준(5.4㎜)에 미치지 못함을 확인했다. 743곳은 부식됐고, 9,255곳은 용접 부위가 과도하게 갈려 있었다. CLP는 제대로 설치되면 원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지만, 부식 등으로 얇아지면 방사능 누출을 막지 못할 우려가 있어 보수해야 한다. 한빛 2ㆍ4호기에선 CLP 부식이 심해 아예 구멍이 뚫린 곳도 발견됐다.
CLP 부식의 주요 원인이 바로 격납건물 공극이다. CLP 뒷면과 마주보는 격납건물 일부분이 콘크리트가 조밀하게 채워지지 않은 채 굳어 물과 산소가 드나들면서 산화작용이 일어나 CLP를 녹슬게 한 것이다. 특히 격납건물에서 철근이나 배관, 보강재 등이 지나가는 부분은 시공 중 콘크리트를 꼼꼼하게 채우지 않으면 빈 공간이 생기기 쉽다. 한빛 4호기에선 증기 배관 바로 아래에 콘크리트가 충분히 들어가지 않아 격납건물 벽 두께 167.6㎝ 중 157㎝ 깊이의 구멍이 남아 있다.
공극과 CLP 결함은 한빛 원전에 집중돼 있다. 7개 호기에서 확인된 공극 240개 중 232개, 기준 두께에 미달한 CLP 9,998개 중 4,504개가 한빛 1~4호기에서 나왔다. 한빛 1~4호기는 미국 기술을 도입해 현대건설이 지었다. 원안위 관계자는 “당시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고 건설 기간도 지금(약 10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됐던 탓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건전성 평가를 거쳐 공극이 있는 원전의 보수공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시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했으나, 시효가 지나 불가능한 상황이라 자체 예산을 들여 공사해야 할 처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고 상황을 가정한 누설률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아니었지만, 시공과 관리를 잘못했던 점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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