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시위는 미국 작품, 불장난 그만두라”
중국이 30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형세를 오판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전날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이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최후통첩을 한 데 이어 압박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이에 맞서 홍콩 시민들은 “내정간섭 말라”고 반발하며 총파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측의 충돌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관영 인민일보는 시위를 불법폭력,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단호하게 법에 따라 폭력 범죄를 징벌하고 홍콩의 법치를 사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구시보는 “시위대가 민주라는 미명으로 비이성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목표는 홍콩 정부를 마비시키고 경찰의 권위를 떨어뜨려 미국과 서방이 장악하고 반대파가 주도하는 정치지형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시위에서 대형 성조기가 등장한 것을 거론하며 “다 알겠지만 (홍콩 시위는) 미국의 작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타 죽는다는 교훈이 많다”며 “미국이 가능한 빨리 손을 떼고 불장난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처럼 온갖 격한 수사를 동원해 시위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홍콩의 생명줄인 대외경쟁력과 경제여건이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폈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지난 5년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지난달 초 시위 발생 이후 동남아 관광객의 70%가 줄었고, 중국 본토에서도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홍콩 경제가 치명타를 입지는 않겠지만 시위가 지속돼 신뢰를 잃게 된다면 홍콩의 금융과 대외지향적인 경제체제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은 ‘일국양제’를 거론하며 협박하는 중국을 향해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내부 사안은 홍콩에 맡겨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미국 등 서구의 지원에 대해서도 “홍콩은 많은 외국자본이 투자돼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국제적 도시”라며 “다른 국가도 홍콩의 현안과 자국민의 안전에 대해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시위대는 30일 출근길에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내달 3일에는 공무원 단체가 가세해 9번째 주말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내주 초에는 총파업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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