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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입장 절충했지만… ILO협약 비준법안 국회서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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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입장 절충했지만… ILO협약 비준법안 국회서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9.07.30 15:03
수정
2019.07.30 23: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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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개 관련법 개정안 오늘 입법예고… “EU 등 국제사회 압박에 불가피”

해고ㆍ실업자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법외노조인 전교조 합법화 길 열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입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입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를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해고자나 공무원, 교원도 노동조합에 자유롭게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노조 가입 문턱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 중심의 노사관계라는 점을 감안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쟁의행위 시 노조원의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보완 규정을 마련했다. 사안사안마다 노사 간 입장차가 현저했던 만큼 정부가 노사의 입장을 절충한 방안이라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노사 모두 정부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안은 국회 통과를 염두에 둔 실용적 판단의 결과”라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계기로 정부에 의존하는 노사관계에서 벗어날 힘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 입법 절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안 입법 절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3개 법의 개정안을 공개했다. 고용부는 이 법안들을 31일부터 입법예고한 뒤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은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활동이 기업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를 받아들여 이들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뒀다.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가입도 허용하지만 지휘ㆍ감독이나 총괄 업무를 맡은 자는 가입이 제한된다. 이번 안은 지난 4월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전문가 그룹인 공익위원들의 권고안을 토대로 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노사관계에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실업자나 해고자도 노조 결성과 파업이 가능해지고, 노조 전임자에게도 사용자가 임금을 줘야 한다. 현재 법외 노조인 전교조도 합법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제87ㆍ98호)와 강제노동금지(제29호)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난 4일 한국 정부의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가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내법 개정이 필요해, 고용부가 국내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 22일 외교부에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안에 대해서 노사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정부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ILO 핵심협약과 관계 없는 조합원 사업장 출입제한과 같은 경영계 입장이 담겼다”고 반발했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국내법 개정에 대해 먼저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하지 않는 한) 비준안만 먼저 통과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노사 모두 불만이 있겠지만) 정부안에 대해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 우리 노사관계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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