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장한 서울 영등포의 한 실내동물원의 모습. 관람객들이 새를 팔 위에 올려놓는 체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2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4층. 쇼핑몰을 찾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30여명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였습니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려 쇼핑몰 개장 시간이 되자 이들은 한곳을 향해 걸었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문을 연 실내동물원 ‘주렁주렁’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쇼핑몰 개장 직후라 한산했던 다른 곳들에 비해 주렁주렁이 위치한 4층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기대감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죠.

주렁주렁 영등포점 개장은 이미 2월에 예고됐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내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반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복합쇼핑몰에 실내동물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하는 동물보호단체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렁주렁 영등포점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11시, 타임스퀘어 앞에 모여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아무리 좋은 동물원도 본질적으로는 동물복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100종이 넘고 수천 마리에 달하는 야생동물을 쇼핑몰 한구석에 전시하는 건 동물복지를 무시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또 “동물을 만지고, 먹이 주고, 쓰다듬고, 사진 찍는 장소는 동물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고 돈만 주면 유희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생태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소리 높였습니다.

24일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 앞에서 동물권행동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이날 개장한 실내동물원을 규탄하고 '동물원 허가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신주은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바꿔 생각해보자. 사람이 어디든 나가고 싶은데 3~4평 정도에서 갇혀 평생을 살아간다면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실내동물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도 “주렁주렁은 이색 데이트를 위한 장소도, 아이들과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장소도 아니다. 이 곳은 단지 실내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야생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사람들 체험 대상이 되고 유희 대상이 되는 동물학대 현장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곳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요. 낮 12시쯤,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은 더 많아졌습니다. 실내동물원 측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입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15분 간격으로 30명씩 입장시켰습니다. 관람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사이 입구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관객들 손에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감염 예방을 의식한 듯했습니다.

입장시간이 되자 직원이 실내동물원 이용 수칙을 안내했습니다. 맨 처음 동물이 다가오기 전 먼저 손을 뻗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다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교감 전후에는 손을 한번씩 꼭 소독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끝으로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실내동물원에 전시 중인 장다리물떼새(왼쪽)와 홍학의 모습.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제일 먼저 마주한 동물은 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 있는 장다리물떼새들은 한눈에 봐도 매우 좁은 공간에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홍학이 있었는데, 이들 역시 좁은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한 공간에서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동물단체가 지적한 ‘먹이주기 체험’은 개장 당일 많이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금붕어나 일부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간혹 목격됐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먹이를 주는 것은 아니었고 매시간 40분만 먹이를 줄 수 있었고 20분은 동물의 휴식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었지만, 수달 같은 경우는 언제든 먹이주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동물원 측은 안내 표지판을 통해 ‘수달과 악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었죠.

실내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수달은 개장 당일에는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언제든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실내동물원 측은 수달과 악수할 기회가 흔치 않다는 문구로 안내하고 있었다.

함께 실내동물원 내부를 둘러본 인도주의 수의사모임 ‘휴메인벳’의 최태규 수의사는 “겉으로 봤을 때 다른 실내동물원보다는 어느 정도 동물의 습성에 맞추려고 노력한 듯하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라쿤이 전시된 공간을 들었습니다. 라쿤이 지내는 곳에는 물가가 마련돼 있었는데, 이는 먹이를 물에 씻어 먹는 라쿤의 습성을 잘 반영한 것처럼 보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내동물원에 라쿤이 전시돼 있다. 라쿤이 전시된 곳에는 물가도 함께 있었는데 이는 라쿤이 먹이를 물에 씻어먹는 습성이 있는 것을 반영한 듯했다.

정상민 주렁주렁 대표는 “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를 선행적으로 준비해야 ‘동물을 모티브로 한 테마파크 건설’이라는 주렁주렁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만큼 법의 변화에 앞서 실내동물원의 기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영등포점 개장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주렁주렁은 3가지 기준을 수립하고 맞추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가 말한 3가지 기준이란 3노(No) 정책으로, 야생에서 포획된 개체를 보유하지 않는 ‘노와일드(No Wild)’, 동물습성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하는 어떠한 쇼도 하지 않는 ‘노쇼(No Show)’, 동물 의지에 반해 무분별하게 만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교감을 유도하는 ‘노포싱(No Forcing)’을 뜻합니다. 정 대표는 그 외에도 사육실과 조류가 많은 공간 등에 살균기를 설치하고 동물에게 적합한 온도와 습도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 솔루션을 접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최 수의사는 “어디까지나 다른 실내동물원보다 낫다는 것일 뿐, 실내에 동물을 전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단호하게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광장에 전시된 펭귄의 경우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펭귄은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동물입니다. 이때 젖은 겉털을 자연의 햇볕과 바람으로 말려야 하는데, 실내동물원의 특징 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내동물원에 펭귄이 전시되고 있는 모습. 최태규 수의사(휴메인벳)는 "펭귄이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만큼 겉털을 말릴 자연적인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데 실내동물원 특성상 이 부분은 제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카나리아, 문조, 십자매 등 작은 새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전시된 곳도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몰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최 수의사는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사람이 서 있는 공간과 새가 지내는 공간 사이의 경계가 없었는데 새가 사람이 있는 공간을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왈라비 역시 최 수의사의 눈에는 적합한 사육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왈라비 한 마리가 어미젖에 크게 집착하는 모습이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또한 “왈라비는 초식동물이라 풀을 뜯어 먹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제공되지 않아 어쩌면 이식증(Pica)을 보일지도 모르겠다”며 우려했습니다. 이식증이란 먹이 외에 다른 것들을 먹는 이상행동을 의미합니다. 최 수의사는 이식증을 보이는 동물들은 이물질을 먹어서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왈라비 사육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실내동물원에 왈라비가 전시된 모습. 최 수의사는 왈라비가 어미젖에 크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물의 실내전시를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정 대표는 자연에서 포획한 동물은 물론이고, 일반 가축처럼 농장이나 동물원에서 태어나 길러진 동물들까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생태적 조건을 맞춰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다 불법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주렁주렁 측은 현재 전시 중인 동물들이 야생에서 포획된 게 아니라고 밝힌 바 있었죠.

정 대표는 이어 “사람 또는 다른 동물 개체와 어떤 교감도 없는 상태로 몇 개월간 좁은 우리에서 제한된 식단만 제공받다 도살되는 동물들, 개인에게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사육되다 유기되는 반려동물들과 비교해, 이곳 동물들이 그보다 못한 상태로 사육된다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동물보호단체들 주장이 너무 모든 것을 일반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며 “토론과 협의를 통해 개선을 원한다면 무조건 ‘하지 마라’는 주장보다 더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문제지적과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마리의 새들이 한꺼번에 전시돼 있다. 관람하는 사람과의 경계는 없는 상황이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주렁주렁과 같은 실내동물원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시행된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등록 기준만 갖추면 장소에 관계없이 동물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껍데기 법안’이자 반쪽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동물원 허가제’를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비판 속에 국회에는 현재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된 상황입니다. 그 중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등록을 허가제로 전환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동물원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며 법안 제정 당시 소극적이었던 부분들이 실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복지 문제 등으로 현행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전시동물의 복지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역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라며 생태 특성에 따라 사육환경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은 “실내체험동물원의 동물들은 단절된 밀폐공간이나 생태 특성과는 무관한 곳에서 사육되는 등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서 관련법 개정으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 의견은 다소 다릅니다. 정 대표는 “‘동물에게 적합한 서식환경’에 대한 세부 기준이 법적으로 더 정비되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는 100% 동의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정안에는 ‘법 집행 과정 전반에 민간 동물보호단체들의 과도한 개입’과 ‘현실성이 없는 수준의 과격한 규제’가 담겨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어 “현행법 11조(지도/점검), 12조(조치), 16조(벌칙), 4조(등록의 취소)만 충실히 이행해도 동물복지 개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허가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실내동물원에 전시돼 있는 사막여우 한 마리가 창가에서 잠들어 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해당 동물원을 찾는 관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방학과 휴가를 맞아 자녀들과 실내동물원을 찾으려는 수요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실내동물원은 ‘동물학대’일까요, 아니면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동물과의 교감’을 가르치는 학습의 장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글·사진 =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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