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20> 허승규 전 경북 안동시의원 녹색당 후보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정치가 일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경북 안동시라는 보수색 강한 지역에서, 녹색당의 명찰을 달고, 29세의 청년이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유일한 녹색당 후보는 16.5%라는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며 선거를 완주했다. 이후 1년, 허승규(30) 전 후보는 서울에서는 녹색당 당직자로 일하고, 안동에서는 올해 출범한 지역 청년들의 네트워킹 플랫폼인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며 자신의 영역을 활발하게 확장하고 있다.
전체 한국 정치의 지형에서도 ‘청년’들의 몫은 핍진할진대, 장유유서에 따른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의 고장 안동에서 새파란 젊은 후보로 출마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그는 서울 중심의 지형에서 소외된 지방의 목소리를,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의 구도에서 소외된 2030의 목소리를, 거대 정당과 원외 군소 정당에서 소외된 녹색당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을 흔드는 정치 구조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일갈한다. “요즘 ‘선거법 바꾸자’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써진 티셔츠를 입은 채 대중교통을 자주 애용한다”는 그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 이하 일문일답
-보수 색채가 강한 경북 안동시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는데.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시의원 후보로 나가 16.5%를 득표했어요. 15%를 넘겨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았죠. 2015년부터 고향인 안동시에서 ‘바름 협동조합’이라는 청년 공동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어요. 교육, 문화, 놀이, 주거, 노동 등의 관점에서 지역 청년들의 ‘자립’을 고민하는 활동을 하고 있죠. 활동의 연장선 상에서 출마를 하게 됐고, 선거가 끝난 올해는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라는 지역 청년의 네트워킹 플랫폼을 출범했어요.”
-직접 겪어본 선거 운동의 어려움이 있다면.
“제가 경북 안동 출마자 중 유일한 20대였어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젊으니까 나중에 찍어줄게’였죠. 심지어 그 분은 안동의 변화를 얘기하면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제게 “후보자가 누구냐, 후보자 아들인 줄 알았다”고 묻는 유권자도 있었고요.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 자체가 젊은 후보에겐 장벽이었음을 실감했던 순간이에요. 녹색당의 젊은 여성 후보들은 더욱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어요. 후보들이 선거 기간엔 을이잖아요. 정당한 시민의 권리 행사를 넘어선 인권 침해나 성희롱 발언을 겪은 후보도 많았죠.”
-안동에서 녹색당으로, 청년으로 출마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올해 만으로 서른이에요. 물론 청년이라는 건 제 기본적인 정체성이죠. 또 ‘정치혐오’에 맞서려는 정체성, 그리고 정당을 통해 길러진 ‘리더십’, 안동이라는 지역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스피커로서의 역할이라는 생각들이 저를 이루고 있어요. 2030 후보가 한 명도 없어 청년 세대나 군소 정당이 대변되지 않는 지방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다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어요.
-구체적으로 ‘지역’에서 소외되는 목소리가 있다면.
“한국 사회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지방 분권’일텐데, 이 의제가 굉장히 왜곡돼 있다고 생각해요. 대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단순히 가르는 식으로 접근해요. 서울의 권력을 지방의 권력으로 이전하는 게 과연 지방 분권이냐라고 한다면 전 아니라고 봐요. 지방에도 소외되고 배제된 여성과 청년 등이 존재하거든요. 지방 내부의 권력의 불균형 문제도 같이 이야기가 되어야죠.”
-지역구 중심의 현재 대의민주제에서는 그러한 논의가 불가능한가.
“현재의 국회가 지역구 대표성이 많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구 안에서도 지역 유지나 기성 세대 등 일부의 일반이익만 대표한다고 봐요. 지금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논리는 ‘지역구’가 축소되면 지역의 이해관계가 잘 대표되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 지역의 이해관계 안에 정말로 소외된 청년이나 여성 등 약자의 목소리가 있진 않은 거죠.”
-한국 정치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기 힘든 이유는 뭔가.
“‘정주성(定住性)’이 낮은 2030 세대의 특징도 한 요인일 거 같아요. 한국에서 개인은 초중고 교육을 마치고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할 때 자기가 자라온 도시를 벗어나는 경향이 많다 보니 특정 거주지 중심의 정체성이 약한 편이에요. 하지만 선거제도는 그 동네의 유권자 중심으로 짜여 있죠. 실제 청년들의 삶과 선거제도를 통해 대변되는 정치의 괴리가 커서 모아지지 않는 거죠.”
-한국 정치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인가.
“대표성이 편향적이죠. 지역 대표성이 과대대표되어 있고, 그 가운데 특정 지역의 지형이 더욱 도드라지고요. 계층이나 의제 측면에서는 청년, 여성, 생태 등이 과소대표된다고 생각해요. 20대 국회의 인적 구성이 ‘50대ㆍ기득권ㆍ남성’인 것과 더불어 오고 가는 담론 역시 지역구 편향적, 세대 편향적이에요.”
-국회의 대표성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너무 많죠. (웃음) 여성,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청년, 노동, 생태 등. 특히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청소년’이에요. 투표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욱 과소대표되는 측면이 있어요.”
-현행 ‘만 19세 이상’ 선거권 연령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녹색당의 총선 공약은 만 16세에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낮춰져야죠. 우리나라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인데, 사실상 의무교육을 이수하면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코스타리카 같은 곳은 초등학생도 대선 투표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진 않지만 공개한다고 해요. 이런 시도들이 중요한 것은 더 어린 시민들의 의사를 정치권이 조금 더 경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선거권이 내려갈수록 기존의 공교육과 청소년 시기의 정치교육 문화도 많이 바뀔 것이에요. 반(反) 정치정서가 완화되고 한국의 정치문화 개선을 위한 변화의 초석이 될 거라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한국 정치가 젊어질 수 있을까.
“’청년 정치’라는 이름으로 청년 공천을 늘리거나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에 대해 전 회의적이에요. 오히려 구조 자체를 흔들어야 청년 등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에게도 기회가 생기죠. 계층과 의제가 더욱 대변되는 선거제도로 바꾸는 게 가장 ‘1번’이에요. 국회와 정치 구조가 바뀌면 다양한 정치 제도가 그 다음으로 바뀔 수 있어요.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각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도 다 다르지만, 기성 정치제도를 가장 흔들 수 있는 것을 건드리면 다른 문제들도 순차적으로 풀릴 거에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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